쓰레기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쓰레기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5.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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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균
지난 봄, 마을 사람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휴게소에서 준비해 간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쓰레기 불법 투기 금지’ 그리고 그 옆에는 ‘차 안의 쓰레기를 절대 가지고 내리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줍시다. 만약 위반할 경우 최고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차량 추적 cctv 작동 중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오죽 많았으면 저런 글귀를 걸어 놓았을까 이해가 됐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휴게소는 한산한 편이었다. 편의점과 식당을 갖춘 제법 큰 규모의 휴게소였지만, 손님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관리가 허술해 보였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워낙 잘 돼 있는 탓에 국도변 휴게소는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 대부분 이런 형국이다. 국도를 달리다보면 흔히 만나는 한산한 휴게소들. 그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와 경쟁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은 없을까, 차 안에서 잠간 생각을 했다. 식당의 뛰어난 음식 맛, 아니면 그들만의 차별된 서비스라도 좋을 것이다.

가령 내가 휴게소 주인이라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화장실 입구에 연두색이나 빨간색으로 칠한 예쁜 공간을 마련하고 그 앞에는 ‘차 안의 쓰레기 버리고 가세요.’라고 써서 세워 놓는다. 그리고 청년 한 명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여, 손님들이 가져오는 쓰레기를 공손히 받아서 바로바로 정리를 하게 한다. 아르바이트생의 친절은 여행자의 마음을 흐뭇하게 할 테고, 예쁜 쓰레기 집과 청년의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한 마디 더 써서 세워 놓는다면, 이런 문구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의 참 맛은 국도에 있습니다.’ 빠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던진 느림의 메시지는, 목적지만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는 것보다, ‘오가는 길에도 여행의 즐거움이 있다’라는 것을 깨우쳐 줄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가질 수 없는 핵심 자원은, ‘과정을 즐기는 여유’ 말고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차 안의 쓰레기 버리고 가세요, 생글거리며 인사 건네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이 있다면, 국수 한 그릇을 먹어도 그 휴게소를 선택하지 않을까.

cctv로 쓰레기 투기를 감시할 것인가, 아니면 사진 찍기 좋은 위치에 쓰레기를 비워 주는 예쁜 공간을 마련하고 청년 아르바이트생 고용하여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선택은 주인의 몫이다.
 
공상균(농업인·이야기를 파는 점빵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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