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터뷰] 판문동 맥가이버, 장애인 손발 되다
[경제인터뷰] 판문동 맥가이버, 장애인 손발 되다
  • 박성민
  • 승인 2018.05.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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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애실리콘하우스 허철용 대표
▲ 허철용 나만애실리콘하우스 대표가 진주시 작업실에서 의수를 손보고 있다. 허 대표는 3D기기를 접목해 진짜에 가까운 의수족 생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진성기자
진주시 판문동 한 작업실. 각양각색의 기계 장비와 3D 구현하는 컴퓨터 작업 그리고 의지(손가락)와 의수, 의족이 눈길을 끈다. 진주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나만애(愛)실리콘하우스’다.

이곳은 실리콘 의수족 분야 전문업체다. 불의의 사고나 선천적인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의지와 의수, 의족 등을 만든다. 진짜같은 제품 생산을 위해 3D스캐닝을 도입했다. 기존에 수작업 위주로 생산하던 업계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나만애실리콘하우스가 신생업체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이유다.

허철용(45) 나만애실리콘하우스 대표는 오토복(OttoBock)사 동남아시아 본부(태국 소재)에 가서 기술을 직접 배워왔다. 오토복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고 의수족 회사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 6개월 동안 배운 기술로 제품을 만들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의수족은 10~15년 정도 숙련된 기술자들이 손수 제작한다. 오토복에서도 기초는 2~3년,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려면 최소 5~10년을 해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림 실력이 있어야 잘 할 수 있는 분야였다. 허 대표는 “오토복에서 배워온 기술은 기본적으로 미술 소질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극복해 보려고 미대 교수로부터 스케치 과외까지 받았다. 수개월을 배웠는데도 중학년 3학년 딸아이 실력보다 떨어져서 포기했다(웃음)”고 말했다.

전화위복일까. 미술의 난관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그는 “별명이 맥가이버일 정도로 만들고 고치는 것을 평소 좋아한다. IT와 기계를 곧잘 만진다. 그러다 3D프린터를 접목한 제조공법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의수족 재료가 실리콘인만큼 아직 3D프린터만으로 제품생산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3D스캐닝과 3D프린팅을 통해 보다 쉽게 정밀한 작업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그는 실제 인체에 가까운 색상과 모양은 물론 주름살과 혈관, 혈색까지 구현해 냈다. 10년 이상된 숙련 기술자 손으로만 생산되던 의수족을 최첨단 스캔을 활용한 3D프린터 공법기술을 갖춰 국내 어디에서도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 기술은 ‘실리콘 박막필름을 이용한 의지제작방법’이라는 명칭으로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그는 “가끔 작업실에서 의수를 만들 때 집중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진짜 같은 손이 주변에 3~4개에 달해 깜짝 놀라기도 한다”며 “의수를 만들 때 남아있는 반대쪽 손을 기반으로 본을 뜨고 스캔을 뜬다. 독일 기술은 반대 손을 보면서 오로지 수작업으로 만든다. 생산과정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3D프린터 스캔한 것과는 질적으로 완전 다르다”고 전했다. 의지 같은 제품은 기존 시중의 제품과 달리 끼우는 부분 두께를 0.2㎜로 만들어 장애인들이 착용했을 때 이질감을 최소화 했다.

회사가 단기간에 성장하자 입소문을 타면서 2개월치 주문이 밀려 있다. 더 이상 주문을 받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허 대표가 하루에 집중해서 생산할 수 있는 의수족은 의지 2개, 의수 1개 정도다. 이제는 전국적인 사업 확장 해외 진출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허 대표는 “진주는 평생 살아온 곳이다. 여기서 연구를 시작해 업체를 키워나가기 때문에 각별한 애착이 있다. 진주 같은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국내 기술이 없는 낙후된 업체를 통해 프랜차이즈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대구 1호점은 이미 오픈했고 창원에서도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성민기자

 
허철용 나만애실리콘하우스 대표가 진주시 작업실에서 의수를 손보고 있다. 허 대표는 3D기기를 접목해 진짜에 가까운 의수족 생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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