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춘추
매심(每 心)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27  18:25:5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박상재
오늘 아침 창백한 아들의 얼굴을 보니 문득 후회(後悔)라는 글이 떠오른다. 어릴 때 무척 책을 좋아하여 기대가 참 컸었다. 운동하러 가자하면 ‘책 본다’고 핑계대면 그래라! 하며 큰 놈만 데리고 다녔더니만 그 좋은 푸른 시절을 병마(病魔)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녀석을 보면 가슴이 아린다.

옛적부터 건강과 골프, 자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다 내 탓이요~ 부모인 내 탓이라! 한 동안 자책에 시달렸다.

공자는 가장 아끼는 수제자 안회를 ‘어질다’고 한 까닭은 ‘불이과(不貳過)’ 즉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며, 자로를 ‘용맹하다’고 한 까닭은 ‘희문과(喜聞過)에 있다’고 하며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을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작은 잘못은 조금 뉘우치고 잊어도 되지만 큰 잘못은 매일 뉘우쳐야한다’ 라는 뜻이리라.

홍련암에 새겨진 법구경에 ‘건강이 최상의 이익이요, 만족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이 이순에 가슴에 와 닿는다.

다산 정약용의 형 약전의 당호는 매심이다. 글자를 합성해 보면 후회할 회(悔)다. 어찌 그리 내 인생과 들어맞는가! 젊은 시절 조금만 더 성현의 말씀을 가까이 했더라면 아들 건강도 버리지 않았을터이고 내 인생도 좀 더 따스했으리라.

오늘 아침 뉴스에 미국 하원의장 폴 라이언이 불과 48세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고 해 화제다. 자녀들이 13세 14세 16세 인데 ‘10대 시절은 유난히 빨리 간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 한 마디가 참 가슴에 와 닿는다. 나는 그 시절 축구, 등산, 탁구등 내 인생 즐기기에 바빠 그 흔한 운동회, 졸업식 한 번 가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스럽다.

후회는 앞서지 않지만 부모 노릇 못한 것이 마냥 미안스럽고 회한이 남는다. 강한 쇠절구로 부드러운 쌀가루를 찧어보면 겉보기는 멀쩡해도 미미하지만 쇠절구공도 파손됨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강하면 부러짐을 알면서 우리는 강(彊)을 너무 좋아한다. 강을 파자해보면 弓+蛇다. 활로 목을 치켜 든 뱀을 제압한다는 뜻이다. 글이란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내 마음을 차마 아들놈에게 말 못하고 이 글로 대신한다. 아들아! 미안하고 미안하다. 항상 건강하고 원하는 삶! 니 꿈을 좇아 살아라!

유행가 가사처럼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가진 만큼 사랑하고 살아라!”
 
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