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농사꾼이 보는 잡초의 두 얼굴
[경일칼럼] 농사꾼이 보는 잡초의 두 얼굴
  • 경남일보
  • 승인 2018.05.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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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수
잡초란 작물을 재배 이용하고자 하는 이외의 식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농사짓는 사람들은 잡초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따라서 농사꾼은 잡초를 잘 관리하고 잡초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특성과 기능성을 알면 돈이 되는 식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필자는 300평 정도의 밭에 참깨, 들깨, 고추, 콩, 고구마, 가지 등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다가 잡초 때문에 아로니아, 살구, 복숭아나무와 잡초를 이길 수 있는 호박을 심어 주말마다 관리하고 있는데 늘 잡초가 무성하다.

잡초는 농경생활을 시작한 후 지속적인 문제가 되고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이라면 잡초 방제에 누구나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인데 특히 인도(人道), 마당, 정원이나 공원의 잔디밭, 도로변, 철도변, 골프장, 묘지 등의 잡초방제에는 경제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골치 아픈 일상이 되고 있다. 많은 식물 종중에 2~3000종이 잡초로 간주되며 그중 농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200여 종으로 이들의 특징은 농작물보다 항상 생육이 왕성하여 우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계적인 교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외래 잡초 유입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편의상 큰 범주에서 ‘산야초’는 산과 들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식물군으로 표현할 수 있고 ‘잡초’는 피, 물달개비, 바랭이, 쇠비름, 쑥 등과 같이 농경작지에서 주로 발생하여 농부들의 경제적 행위를 저해하는 식물을 총칭하며 ‘야생화’라 부르는 것은 둥굴레, 할미꽃 등과 같이 관상용으로 서식지가 들녘에서 자란 식물을 말하며 ‘약초’는 산야초 중에서 약리효과가 밝혀져 약용으로 재배 또는 채취하여 이용되는 식물들을 부르는 명칭이다.

농경지에 발생한 잡초는 작물 생육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병해충의 월동처, 서식처 역할을 하는데 농경지에 발생한 잡초들을 그대로 두었을 때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수량감소가 벼 31%, 콩 50%, 옥수수 32%, 감자 30%, 양파 41%가 된다고 한다.

농경과 함께 시작된 잡초와의 갈등은 처음에는 일일이 손으로 뽑아 물리적으로 방제를 했고 불로 태워서 잡초제거와 양분을 공급하는 “화전농법”을 하였으며 농경이 발달하면서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경운을 하거나 물 대기를 하였고 벼농사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김매기 작업을 농부들은 협동조직인 ‘두레’를 만들어 공동 작업을 하였다. 잡초방제의 획기적인 사건은 20세기 중반 이후 화학적으로 합성된 유기합성 제초제를 만들어 많은 노동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잡초를 방제해 농업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그러나 최근 벼농사에서는 화학적 방제에서 벗어나 오리농법, 우렁이농법 등 친환경적인 생물적 잡초 방제 기술이 많이 보급되기도 하였다. 한편 잡초에 대한 다양한 특성과 기능성을 활용한 연구 개발로 생물적 방제 소재, 차세대 에너지의 원료, 토양 보존, 사막화 방지 등의 자원으로서 기능뿐만 아니라 한의학, 민간요법에서 사용되던 풀들에 대한 과학적인 성분 분석으로 약제, 의약소재, 건강식품과 별미 음식, 공기 등 환경정화, 천연염색 소재, 경관, 압화 공예 등 자원 식물로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어 더 많은 연구 개발로 두 얼굴을 갖고 있는 잡초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소득이 증대하기를 기대해 본다.

강양수 (전 경상남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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