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다문화 국가 싱가포르의 사회적 갈등 해결
[경일시론]다문화 국가 싱가포르의 사회적 갈등 해결
  • 경남일보
  • 승인 2018.05.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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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선진국인 싱가포르는 다문화 다인종 국가다. 인구 구성은 중국계 74.2%, 말레이계 13.2%, 인도계 9.2% 기타 3.4%다. 말레이반도 끝자락에 위치하여 무역이 중요한 국가의 지리적 특성상 오랜 시간 다양한 인종이 유입되었다. 싱가포르는 다문화 사회 갈등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고 선진국으로 성장한 배경 중에는 다문화 국가 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손실 비용을 최소화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문화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되고 더불어 문화, 종교, 교육, 복지 등이 부가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4개 언어로 표시한 공공장소 안내판이다. 영어와 함께 다양한 언어를 쓰는 다민족에 대한 배려다. 싱가포르의 대부분 토지는 국가 소유이며 주택 보급율은 90%에 달한다. 젊은 신혼부부의 경우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좋은 위치와 3개 이상 방이 있는 장기 임대 아파트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싱가포르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다. 국민의 대다수는 최소한의 임대비용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장기 임대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물론 이러한 혜택은 자국민만 해당된다.

싱가포르는 종교의 자유와 인종별 고유한 전통문화를 법으로 보장한다. 종교의 구성비는 불교 33.3%, 기독교18.3%, 무교 17%, 이슬람교 14.7%, 도교 10.9%, 힌두 교5.1%, 기타 0.7%이다. 각 종교별로 이어온 전통 명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다문화 교육은 철저하게 유치원부터 시작된다. 독립 당시인 1965년 제정된 싱가포르 헌법은 인종간 평등주의를 명시하고 다문화 교육은 국가주도하에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공립학교에는 다양한 인종별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고 학교 식당에서는 인종별 선호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One people, One nation, One singapore를 외치고 있는 싱가포르는 매년 하모니 데이(Racial Harmony Day)를 지정하여 상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도록 한다. 이러한 학교 교육의 결과인지 현지 사회에서 나와 다른 문화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기시 한다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다문화 국가 사회 갈등의 저변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와 동일한 노력에 대한 보상의 결과가 다를 때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유럽 선진국들의 다문화 사회 갈등 양상 역시 경제적 어려운 시기에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사회적 갈등의 폐해를 일찍이 예견하고 주택, 교육, 고용, 복지문제가 사회 갈등으로 대두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을 바탕으로 사전에 준비하고 제도화한 결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안정적인 다문화 국가를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으로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면서 사회적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국가 또는 시·도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 정책이나 사업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단순 지원이나 성과에 치중한 중복사업은 없는지?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사소하고 당연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고 외국인과 타문화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한국의 저출산 대책으로 외국인을 유치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싱가포르 다문화 정책을 부러운 시선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김승오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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