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북 비핵화, 한국정치 성찰계기로 삼아야’
[경일시론]‘북 비핵화, 한국정치 성찰계기로 삼아야’
  • 경남일보
  • 승인 2018.05.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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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요동치고 있다. 전격 취소를 선언한 트럼프가 하루를 넘기기도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도록 북과 논의 중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다. 같은 흐름에서 트럼프가 밝힌 대북군사옵션 가운데 눈여겨 볼 대목은 ‘불행한 상황이 불가피하게 벌어진다면 작전 중 생겨날 상당부분의 비용을 한국과 일본이 떠맡을 것’이란 부분이다.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통해 북한의 허를 찔러 북한을 당황케 하고, 향후 북미 정상협상과정에 북한의 기를 한 수 꺾은 트럼프가 이제는 한국과 일본을 향해 대북 군사적 옵션 과정에 한국과 일본이 상당한 비용부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선수를 치고 있다.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과의 사전 조율 결과일 개연성은 상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이러한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북한 비핵화가 미국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전개되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 상당 부분을 한국이 떠 안아야 한다는 또 다른 언질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이 떠맡은 북한 경수로 건설비용 70%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규모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시점 북한 비핵화에 우리가 해야 일은 정부가 하는 대로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과 그 줄기에서 파생되는 최소한 경제적 보상에 초점을 집중하는 일이다.

트럼프 협상술, 흐름 놓치지 말아야

북한 비핵화 나라 안팎 정국과는 또다른 축에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쓴 자서전 ‘3등 서기실의 암호’는 남북한 정치현실을 다시 짚어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첫째는 소위 ‘최고 존엄론’이다. 북한 선전문구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최고 존엄’은 오래 전부터 쓰여왔던 단어는 아니다. 북한에서 ‘공화국의 존엄’, ‘체제의 존엄’ 같은 표현은 있어도 ‘최고존엄’이라는 단어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고 존엄’은 2009년 5월 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이 후 북한은 ‘존엄 모독’에 대해서는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탈북자 단체의 김 위원장 비판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리는 자들은 그가 누구이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거나 전 태영호 공사가 ‘절대권력 보장을 원하는 김정은에게 핵은 창과 방패’라며 북한의 자발적인 전면 핵폐기 가능성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에 북한은 ‘최고 존엄’을 모욕하는 ‘인간쓰레기’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최고 존엄’이란 단어는 남북한 관계가 냉온탕을 오갈 수 있는 사안이다. 둘째는 태영호 전 공사 자서전을 둘러 싼 청와대 국민청원 운영의 현주소 문제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삭제되긴 했지만 청와대 청원게시판서에 때 아닌 ‘덴마크 남성 정자수입 청원’이 있었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함께 여자는 아이가 될 정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덴마크 남성의 정자수입을 합법화해 달라’는 것이다. ‘매국노 태영호 대한민국에서 영구 퇴출 바란다’는 청원을 보면 ‘서열도 없는 공사 주제에 고위라는 명목으로 나라를 팔아먹으며 살고 있다’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북송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은 우리 사회 각 세대 나름의 절박한 고충을 담아내는 직접 민주주의의 장(場)이다.

국민 청원,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청원을 어떤 방식으로 직접 민주주의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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