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버릴 수 있는 용기
[기고]버릴 수 있는 용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05.3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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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고대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는 신전의 기둥에 자신의 마차를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두었다. 그리고 자신이 묶어둔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 예언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였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 원정길에 그곳을 지나게 되었고, 지금껏 아무도 풀지 못한 매듭을 칼로 내리쳐서 끊어버렸다. 그리고 예언에 따라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었다. 바로 ‘고르디우스의 매듭’ 으로 기존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시각, 도전을 통해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한 것을 비유하는 신화이다.

개인이나 조직에서 문제해결이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거의 경험을 자주 활용한다. 특히 경력이나 성공 경험이 많을수록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 하지만 자칫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히게 되면 ‘경험의 덫’에 빠질 수 있다. 변화가 빠르지 않던 시대에는 기존 성공 경험이 도약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였지만 오늘날 같은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미래 성공의 가장 위협적인 적은 오늘의 성공’이라고 한다. 어제까지의 신기술이 새롭게 등장한 첨단기술에 의해 내일에는 가치 없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기업의 대표 사업으로 수익 창출원 역할을 하던 분야가 하루아침에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는 것을 코닥,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의 사례에서 목격해왔다.

오늘날 사회변화와 진보의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누구나 변화를 꿈꾸고 새로운 미래를 원하지만 고정관념에 대한 익숙함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관습과 관행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해결방안을 찾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의외로 해답은 가깝고 쉬운 곳에 있을 수 있다.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항상 거창한 것을 떠오르게 된다. 과거에 없었던 창의적 기술을 통해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새로운 대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혁신은‘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와는 분명 구별된다. “낡은 것의 계획적인 폐기야말로 새로운 것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 피터 드러커의 표현처럼 혁신은 버리는 데서 시작한다. 과거로부터의 익숙한 제도나 가치, 관행을 버리는 과거와의 인위적인 단절이 필요한 것이다.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과거의 생각과 관습 등을 바꾸려는 용기만 있으면 혁신의 대상과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혁신은 무형의 무에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형의 무에서 새롭게 바꾸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버리는 능력은 채우는 힘으로 이어진다. 과감히 버릴 때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때 가치가 배가된다. 유명 사상가 나심 탈레브는 매일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익숙해진 일상은 세상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세상을 지배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언제나 세상을 흔들고 지배하는 것은 전혀 본 적이 없고 예상하지 못한 ‘블랙스완’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표현처럼 무엇을 버리고 채우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김한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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