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행 몇 급인가?
나는 산행 몇 급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8.06.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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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서진초 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박상재

2007년 산림청은 200m 이상인 우리나라의 산이 4440개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중 애호가들이 즐기며 한 번 쯤은 등산해 보고 싶은 산을 1000여개로 말한다. 신선(神仙)이란 글자 중 ‘仙’을 파자해 보면 人+山이다. 즉 사람이 산을  만나면 모두 신선이 된다라고 할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막힘을 싫어해 물을 좋아하고 어진사람은 마음의 중심이 확고해 산을 좋아한다. 그런 연유로 공자께서는 ‘智者樂水 仁者樂山(지자요수 인자요산)’이란 말로 이 뜻을 함축하셨던가?

명나라 주국정이 지은 황산인소전(黃山人小傳)에 산사람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조목을 설명한다. 산에 대한 흥취, 산을 타는 체력, 산행에 최적화된 체질, 기록으로 남기는 성실성, 훌륭한 조력자가 산사람의 조건이다. 산수에만 탐닉하고 공명에 빠지지 않아야하며 가벼운 몸으로 거추장스런 잡동사니 없이 마치 산을 나는 것 같은 체력, 아름다운 산수를 보면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것 같이 느끼며, 춘추 전국시대 최고의 요리사인 역아처럼 빼어난 풍광을 요리하듯 묘사할 줄 알며, 기이한 숨은 경치를 찾아 내 알려주는 조력자를 말한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는 일상생활의 소음과 지친 육신을 잠시나마 모태(母胎)인 자연으로 돌아가 잠시 고요 속에 나 자신을 맡겨 원래의 나를 찾고자 함인데 어찌하여 싸구려 중국산 음향기기에 수 천곡을 녹음해 온 산을 유행가 가사 속에 넣고 흥얼거려 산흥을 깨는가? 배낭에 달고 다니는 작은 종도 마찬가지다. 원래 인적이 드문 야산에 뱀이나 짐승이 사람과 조우할까봐 경고음을 보내는 것인데 자연의 소리 들으러 온 지친 속인들에게 하루 종일 쇳소리를 듣게한다.

필자도 젊은 시절 산에서 영혼을 위로받은 소중한 경험을 지금도 일기장과 앨범으로 간직하여 재산 목록 1호로 사랑하고 있다. 30여 년 지기인 일기장을 더듬어 보면 입문 5년 정도는 항상 몇 시간대에 등산을 완료했는지 시간자랑과 마치 온 산을 스캔한 것처럼 자랑한 이야기가 태반이다. 내 인생의 황금기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추운 겨울 산행시 손이 시려운데 장갑을 벗고 사진 찍어주는게 싫어 서로 티격태격 다툰 기억이 새롭다.

나는 과연 산행 몇 급이었는가? 반추해 보면 아마 증명 입산 7급과 산을 마라톤처럼 달리기 한 선수 입산 2급 정도로 졸업했지 않나 싶다. 이제 제발 산에 가면 문명의 이기를 잠시 꺼두고 자연의 소리와 내 마음의 소리를 듣자. 바람에 흥얼거리는 잎 새의 속삭임을 들으며 일로향실(一爐香室)의 고요함에 빠져보자.

박상재 (서진초 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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