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재 (서진초 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2007년 산림청은 200m 이상인 우리나라의 산이 4440개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중 애호가들이 즐기며 한 번 쯤은 등산해 보고 싶은 산을 1000여개로 말한다. 신선(神仙)이란 글자 중 ‘仙’을 파자해 보면 人+山이다. 즉 사람이 산을 만나면 모두 신선이 된다라고 할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막힘을 싫어해 물을 좋아하고 어진사람은 마음의 중심이 확고해 산을 좋아한다. 그런 연유로 공자께서는 ‘智者樂水 仁者樂山(지자요수 인자요산)’이란 말로 이 뜻을 함축하셨던가?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는 일상생활의 소음과 지친 육신을 잠시나마 모태(母胎)인 자연으로 돌아가 잠시 고요 속에 나 자신을 맡겨 원래의 나를 찾고자 함인데 어찌하여 싸구려 중국산 음향기기에 수 천곡을 녹음해 온 산을 유행가 가사 속에 넣고 흥얼거려 산흥을 깨는가? 배낭에 달고 다니는 작은 종도 마찬가지다. 원래 인적이 드문 야산에 뱀이나 짐승이 사람과 조우할까봐 경고음을 보내는 것인데 자연의 소리 들으러 온 지친 속인들에게 하루 종일 쇳소리를 듣게한다.
필자도 젊은 시절 산에서 영혼을 위로받은 소중한 경험을 지금도 일기장과 앨범으로 간직하여 재산 목록 1호로 사랑하고 있다. 30여 년 지기인 일기장을 더듬어 보면 입문 5년 정도는 항상 몇 시간대에 등산을 완료했는지 시간자랑과 마치 온 산을 스캔한 것처럼 자랑한 이야기가 태반이다. 내 인생의 황금기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추운 겨울 산행시 손이 시려운데 장갑을 벗고 사진 찍어주는게 싫어 서로 티격태격 다툰 기억이 새롭다.
나는 과연 산행 몇 급이었는가? 반추해 보면 아마 증명 입산 7급과 산을 마라톤처럼 달리기 한 선수 입산 2급 정도로 졸업했지 않나 싶다. 이제 제발 산에 가면 문명의 이기를 잠시 꺼두고 자연의 소리와 내 마음의 소리를 듣자. 바람에 흥얼거리는 잎 새의 속삭임을 들으며 일로향실(一爐香室)의 고요함에 빠져보자.
박상재 (서진초 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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