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임지훈
베개에 얼굴을 묻고
긴 생각에 잠이 갈대처럼 텅 비어간다
그늘에 꽂혀 있는 벚나무
가지 위에 위태롭게 걸린
초승달이
소리 없이 꽃잎을 자르고 있다
눈감고 연못으로 내려앉는다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울어야 하기에
봄밤은 길고
생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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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붉은 장미가 초여름을 달군다, 붉은 열정이 온 세상을 핥고 있고 기억의 바닥마저 끌어 올린다. 옛 시간들이 줄기처럼 따나라나서고 몽우리로 맺힌 사랑들이 피웠다가 닫혀 지는 불면의 시간 속에서 한 잎 한 잎 꽃잎은 피고 진다. 베개로 가로막아 긴 울음을 안으로 삭혀야 하는 얼굴들, 가려져 있어서 더 아름다운 것들, 숨겨져 있어서 더 애닮은 것들이 이 밤을 더 길게 한다. 5월의 장미를 붉게 피워서 이렇게들 어수선 하게 하는지. 모두가 고픈 계절이다. (주강홍 진주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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