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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제비가 돌아왔다최숙향 (시인, 배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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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4  22: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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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휴일이면 여전히 주말농장이 있는 시골로 달려간다. 오늘은 마늘과 양파를 수확했다. 정오의 뙤약볕 아래 뽑고 묶고 옮겼다. 모내기를 마친 드넓게 펼쳐진 논들과 ‘성문 앞 보리수’가 무거운 가지가 늘어뜨리는 뜰을 지나 다음엔 뽕나무가 있는 밭으로 갔다. 지난주에 이어 오디를 수확하기 위해서였다. 수확만을 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비오듯 땀을 흘리고 난 뒤의 한줄기 바람과 물 한 바가지는 노동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러한 시골에서의 농사를 통한 노동의 기쁨이 극심한 운동을 통한 카타르시스나 어떠한 휴양 못지않게 힐링의 시간이 된다.

수확 후 달콤한 휴식시간에 시골집의 처마 밑에 모처럼 둥지를 튼 제비집을 만났다. 예전부터 집에 제비가 들어와 보금자리를 트는 것은 좋은 일이 생길 조짐으로 믿었으며 특히 지붕 아래 안쪽으로 들어와 지을수록 좋다고들 했다. 농약이나 각종 공해로 인한 먹잇감의 감소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제비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좀처럼 눈에 뜨지 않았던 제비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예전에는 봄날 마당의 빨래 줄에는 제비가 요란하게 지저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시골에서는 제비가 둥지를 틀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제비는 우리에게 익조로 알려져 왔다. 새끼를 가진 암수 한 쌍이 하루에 벌레를 잡아 나르는 양이 수백 회나 된다고 하니 농촌에서는 이로운 새였던 것이다. 그 제비가 시골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만큼 급격히 줄어들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수가 90프로 이상 감소돼서 얼마 못가서 아예 제비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들 했다. 그렇게 우리 땅에서 사라지는 줄로 알았는데 그런 제비가 3~4년 전부터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제비는 귀소성이 강한 철새이다. 지난해 머물렀던 곳이나 태어난 집을 다시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적이 드물어진 시골마을에 돌아온 제비가 농민들에게 설레임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농촌인구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한다. 현재 시골엔 아이들의 그림자를 찾아보기가 힘이 든다. 폐교 너머 아이들이 와글거리던 읍 단위 학교도 썰렁하다. 천혜의 자연 속에 뛰노는 아이들이 점진적으로 사라져 간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이 귀해질 미래사회는 바른 먹거리 자급자족을 위한 소규모 농장을 구해서 사람들이 하나둘 농촌으로 모여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미래사회엔 제비처럼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 되는 건 아닐까. 필자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까봐 하수상한 날 뜬금없이 안달이다.


최숙향 (시인, 배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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