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임기 후 고향 살 수 있다면 성공 한 것
[경일시론] 임기 후 고향 살 수 있다면 성공 한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8.06.0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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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논설고문)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 올해로 27년째로, 단체장은 지난 95년에 뽑았으니 23년째로 성년을 맞았다. 시도지사를 ‘중(中)황제’, 기초단체장을 ‘소(小)황제’로 통한다. 인사와 예산권을 쥔 일부 단체장들이 무소불위의 전횡을 휘두르다 비리 등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일도 있다. 그간 지방선거에서는 특정지역에서 같은 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싹쓸이한 곳은 견제와 균형도 무너졌다.

어느 순간 권력이 모래알처럼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면서, 터질 듯 팽창했던 풍선처럼 급속히 수축된다. 권력, 부 등은 영원 할 수 없다. 일정기간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일자로 지방선거의 새 임기가 시작됐지만 지금처럼 단체장의 권한은 강력한 반면 지방의회는 약한 구조가 보완되지 않으면 ‘제왕적 도지사’, ‘제왕적 시장·군수,’가 등장할 수 있다. 권력이 주민의 뜻을 거스르면 심판을 면할 수 없다. 단체장의 권한을 나눌 다양한 자치형태가 돼야 한다.

독임형은 피라미드형 조직형태
모든 권력의 시한은 정해져 있고, 임기가 끝나면 누구나 평범한 백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통령을 비롯, 선출직과 임명직의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 탐한 권력은 마지막엔 허물과 껍데기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반대로 선한 권력의 퇴장은 아름답고, 그렇지 않은 단체장은 힘을 잃고 한없이 쭈그러든 사태에서 퇴장은 쓸쓸하다.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만 자신의 칼이지만 넘어가면 칼자루가 아니다.
권력, 부를 가진자는 그 자리를 잠시 빌려 쓰고 다시 돌려주는 자리지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다. 권력, 부는 ‘찰나의 순간’에 지나간다. 잠시 앉았다가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하는 돌고 도는 자리란 것을 상기 하지 않고 앉으면 퇴임 후 패가망신, 낭패를 당한다. 선진국은 부단체장이라는 행정관과 합의제 위원회가 의사 결정이 많지만 우리는 독임형(獨任形) 단체장이다. 독임형과 합의형은 장단점이 있다. 단체장에게 지방행정권이 총괄적,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독임제라 의회는 예산편성권·인사권도 없다. 독임형은 피라미드형의 조직형태다. 비리 등 잘못이 있을 때 단체장들을 상대로 주민소환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다.
독임형 단체장이라 지자체의 많은 공무원이 있으나, 단체장을 제외한 다른 공무원들은 모두 보조·보좌기관에 불과할 뿐이다. 대외적인 의사표시는 오직 단체장인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명의로만 발하여지고 있다. 독임형은 한사람이 전적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독점, 행정의 신속통일성과 책임소재가 명확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독선적 의사결정의 위험,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독임형은 현재 우리 행정조직의 기본원이라 행정의사결정을 단 한 개의 창구로 통일하는 의미가 있다.

고향서 봉사하는 ‘이모작 인생’
반대로 합의형은 여러 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 토지수용위원회 등 흔히 ‘위원회’라고 부르는 조직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러명의 위원들이 소집된 위원회에서 다수결원리에 따라 대외적 의사표시가 결정된다. 판단의 신중성과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장점이나 행정의 신속, 통일성과 책임소재의 명확성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독임형 단체장 중에는 인사권, 예산권, 사회단체 보조금 지급, 계약 사무 등 재임시 막강한 권력행사로 퇴임 후 고향에서 떠나 살거나 손가락 질 때문에 밤에만 나다니는 불행한 인사도 있다. 단체장이 임기 후 고향에서 친구를 만나고 살면서 봉사활동을 하는‘이모작 인생’을 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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