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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나를 조이는 코르셋, 누굴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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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6  17: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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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후덥지근한 아침,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시작한다. 트러블을 가리기 위한 피부 화장품만 세 개다. 벌써부터 녹아내리는 화장을 뒤로하고 동공이 커 보이는 렌즈를 낀다. 그다음은 머리 세팅이다. 100도가 넘는 고데기로 앞머리를 동그랗게 마니 땀이 흐른다. 눈 화장 다음에는 옷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지만 안에 갖춰 입는 옷은 필수다. 내 몸이 보이지 않기 위해 속옷을 갖춰 입고, 그 속옷을 가리기 위해 나시를 입는다.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선 꽉 끼는 옷을 입어야한다. 혹시나 제모가 덜 되었는지 꼼꼼하게 몸을 살펴본다. 집을 나서기도 전에 이미 땀범벅이 되었다.

집을 나서도 자유롭지 않다. 친구들과 함께 피자를 먹기로 했지만, 내가 시키는 건 샐러드다. 피자를 보며 풀떼기를 입에서 씹고 있으니 더욱 쓴 맛이 난다. 그마저도 살이 찔까봐 집에서는 ‘먹토’를 한다. 먹은 것을 억지로 토한다는 뜻이다. 한 시간에 한 번 씩 거울을 보며 녹아내린 화장을 수정한다. 미용 렌즈 때문에 눈은 이미 충혈 되었고, 몇 겹씩 껴입은 옷은 땀으로 흥건하다.

집에 돌아와서 옷은 겨우 벗어냈지만, 이제는 화장을 지워야한다. 리무버로 눈을 지우고, 클렌징 오일로 피부 화장을 지우고, 클렌징 폼으로 마무리 한다. 이렇게 세수하는 시간만 20분이다. 렌즈와 갑갑한 속옷을 벗어내니 비로소 자유롭다. 맨 얼굴의 내 모습이 허망하게 날 바라보고 있다.

최근, ‘탈코르셋’이 유행하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이 가진 화장품을 망치로 부수고 꽉 끼는 바지 대신 널널한 와이드 팬츠를 입는다.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 운동에 동참했다. 아직도 코르셋에서 자유롭지 못한 친구들은 내 변신을 난감해 하지만, 가장 편한 건 나였다. ‘탈코르셋’은 쉽지 않았다. 화장을 하지 않고 후줄근한 차림이 남들에게 떳떳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습 또한 나였다. ‘코르셋을 입지 않은’ 나였다.

독자들은 꽉 조인 코르셋으로 답답한 숨을 내쉬고 있진 않은가? 이 코르셋은 그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내 모습이다. ‘탈코르셋’ 하는 순간, 비로소 온전한 내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유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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