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호국보훈의 달에 생각하는 나라 사랑
[아침논단]호국보훈의 달에 생각하는 나라 사랑
  • 경남일보
  • 승인 2018.06.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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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경상대 이상경 총장 (2)


경상대학교 교직원과 학생 50여 명이 지난 4일 오전 진주시 판문동 충혼탑 앞에 모였다. 현충일을 며칠 앞두고 추념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해마다 충혼탑 앞에 서면 가슴이 시리고 목이 멘다. 헌화하고 분향하면서 ‘겨레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영령들의 꽃다운 혼을 우러러 한 핏줄 한 겨레임을 자랑으로 여기며 그 거룩한 정신을 이어받아 갈 것’을 다짐했다. 경상대학교 교직원들의 추념식이 이어지는 동안 진주지역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잇따라 올라온다. 저 아이들이 국가가 무엇인지 전쟁이 무엇인지 알 리 없을 것이고, 따라서 호국영령이 무엇인지 충혼이 무엇인지 알 리 없겠지만, 그래도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먼저 생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직업·종교 등을 불문하고 국민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정신이자 태도이기 때문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 된 것은 6·25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달이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6·25 한국전쟁 때 희생된 군경을 기리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호국보훈의 달에 한국전쟁 때 희생된 이들만 기리는 건 아니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유공자, 독재정권 시절의 민주화 열사들도 기려야 할 대상에 당연히 포함된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1·2차 연평해전 희생자도 물론이다. 호국보훈의 달이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에게 추모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이 없었거나 민주화운동이 없었더라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뤄낸 오늘날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며칠 전 한 신문 기사를 보면서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은 세대, 전쟁을 겪은 세대마저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하게 됐다. 창원에 위치한 두산중공업에 근무하는 국가유공자 2세들의 모임인 ‘육육회’는 경남동부보훈지청 직원들과 함께 해마다 두 차례씩 보훈가족 어른들을 위한 봉사할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경남지역 저소득 보훈가족의 생활환경 개선 작업을 12년째 하고 있으며 보훈가족의 일일 자녀가 되어 충혼탑 참배와 여행 등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두산중공업 육육회처럼 직접 몸과 마음으로 부닥치면서 현실적으로 직면한 그분들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덜어드리고 또한 그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배우고 실천한다면 좋겠다. 특히 ‘독립운동을 한 집안은 3대가 망하고 친일파 집안은 3대가 흥한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마음껏 누리는 유월의 신록과 맑은 바람의 자유로움이 어디에서 비롯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숱한 외침(外侵)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낸 역사속 위인들에서부터 독립유공자, 민주화열사 등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민주와 자유라는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진주시 충혼탑 앞에는 강희근 경상대학교 명예교수가 지은 ‘충혼의 소리’라는 짧은 시가 새겨져 있다. ‘몸과 마음을 산하에 뿌려놓고도 소리를 다시 보내오는 임’에게 이제라도 편히 쉬시라는 시인의 간절한 기도가 와닿는다. “여기 와 귀를 열고/충혼의 소리를 듣는다/짙푸른 호면에서 안개 이는 소리/산봉우리가 내려와 등으로 뜨는 소리/잎새와 가늘은 가지들이 부비는 소리/지지 지지 물방울 같은 작은 새 노래하는 소리/못다한 채로 져버린 임들의 말씀/소리 소리 아리는 마디로 듣는다//듣다가/이제는 저희들의 마음에다/들리는 소리와 소리로 탑을 올리려 하느니/몸과 마음 산하에 뿌려 놓고도/소리를 다시 보내오고 있는 임이여/쉬소서/탑을 올리려 하느니”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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