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더 예쁜 꽃을 선물하고 싶어요.
[교단에서]더 예쁜 꽃을 선물하고 싶어요.
  • 경남일보
  • 승인 2018.06.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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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진주는 맑은 강물과 신록으로 반짝이고 교실로 달려오는 아이들의 건강한 환호성처럼 싱그러운 소리로 피어난다.

오늘은 부모님께 예쁜 꽃과 카드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드리자는 목표를 두고 아침부터 교실 안은 다양한 색깔의 색종이들이 올라와 있다. 1교시 후 쉬는 시간이면 바람처럼 교실 밖으로 몰려나가는 평소의 행동과는 달리 대부분은 교실에 앉아서 색종이를 노려보는 중이다.

A는 친구들을 ‘툭툭’ 치며 함께 나가자고 권해 보지만 신통한 대답을 못 들었는지 공을 들고 혼자서 운동장으로 나간다. 부모님께 드릴 꽃이란 과제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보다 더 위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다. 철이 없고 어려서 부모님께 대한 감사를 제대로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해이다. 노력하고 있다는 이 현장을 부모님께 자세히 그려 서 보려드리고 싶다. 심기일전해서 만든 여러 송의 꽃이 다투어 피어오른다. “선생님 잎은 초록으로 할까요?” “초록과 녹색 둘 다 쓰면 더 재미있겠지요.”

붉은 꽃이 피어오르고 분홍빛 하트 속에 편지를 쓰고 두시간만에 멋진 꽃 선물이 완성이다.

“작품이 완성된 친구는 극화 수업을 하러 1층으로 내려가세요.”

친구들이 떠난 교실에 A만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을 못 만들었니?”

“안 만들 거예요.” “우리 아빠는 그 딴거 안 좋아해요. 필요 없다구요.” “아빠가 욕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저두 욕하게 된다니까요. 선물하기 싫었어요.”

“그럼 아빠는 네 생일날 선물을 하나도 안 사주시고 기억해 주시지도 않고 그러니?”

슬며시 핸드폰을 생일 선물로 사주셨다고 고백을 한다.

“그럼 너두 핸드폰을 아빠께 선물해 드리면 되겠네.”

“돈이 없는데 어떻게 선물을 해요.”

“그래서 우리는 꽃으로 선물을 만들고 있지 않았니?”

“아! 참. 예쁘게 못 만들겠어요. 도와주세요.” A의 문제는 친구들보다 더 예쁜 꽃을 만들고 싶은데, 솜씨가 없어 부모님이 못 생긴 꽃이라 하실까 걱정이었단 소리다.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랑 같이 하면 되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예쁜 꽃을 만들고 싶던 욕심쟁이 A는 끝까지 혼자 남아 분홍편지까지 곱게 접었다. A는 지금 부모님이랑 어머니의 나라에서 문화를 배우고 있다.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소년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신애리(수정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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