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 라이프
SNS '여성해방' 1020 '탈코르셋' 열풍여성 미적기준의 암묵적 강요 벗어나 다양성 인정
“긴 머리·화장·제모 등은 개인 취향” 볼멘소리도
연합뉴스  |  yunhap@yunhap.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6.12  02:05:41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1. “작년 이맘때 ‘퍼스널 컬러’ 글을 올렸습니다. 여자에게만 요구되는 화장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제가 조건을 하나 더 얹어서 ‘코르셋’ 조이기에 일조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화장품과 성형수술 정보 등을 활발히 공유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근 ‘조회 수 6만, 댓글 500개 글을 삭제했습니다. 코르셋 소비를 조장하고 전시해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 커뮤니티의 회원은 다수가 여성이다.

1년 전만 해도 퍼스널 컬러 진단 샵에서 자신과 잘 어울리는 색 조합을 발견했다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뿌듯함을 느꼈지만, 최근 ‘탈(脫) 코르셋’ 운동을 접하고 나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내용이다.

#2. “하이힐 신는 것도, 화장하고 꾸미는 것도 너무 좋아하는데 요새 그러고 다니면 코르셋 입는다고 지적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탈 코르셋 운동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이게 또 다른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네요”

직장인 임 모(31) 씨는 외출할 때마다 늘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입는다. 주변 사람들은 ‘오늘 소개팅이 있느냐’,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예쁘게 하고 왔느냐’고 물어보지만, 대답은 늘 하나다.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요”

하이힐을 신건 말건, 화장하건 말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 신경을 꺼줬으면 하는 게 임씨의 바람이다. 임씨는 탈 코르셋 운동으로 개인의 취향이 또 다른 평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화장하지 않기, 긴 생머리 고수하지 않기, 브래지어 하지 않기, 겨드랑이 제모하지 않기…. 오롯이 여성에게만 암묵적으로 강요되어 온 미적 기준, 즉 사회가 만들어낸 ‘코르셋’을 벗어던지자는 운동이 여성 사이에서 연일 화제다.

코르셋이란 여성의 가슴을 풍만하게, 허리를 잘록하게 보일 수 있도록 끈을 이용해 상반신을 앞뒤에서 강하게 조여주는 보정용 속옷이다. 결혼식에서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을 때면 입어야 하는 아이템으로도 꼽힌다.

요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탈 코르셋’을 인증하는 글과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 사진을 보고, 글을 읽고 용기를 얻어 ‘탈 코르셋’을 했다는 반응이 많은 것을 보면 전염성이 상당해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각성효과가 있다. ‘탈 코르셋’ 후기를 보면 밖에 나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던 일부 여성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굳이 화장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이르러 화장 단계를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자기만족을 위해, 혹은 여성성을 뽐내기 위해 화장하거나,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인데 ‘코르셋’을 입으려 한다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강요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대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나는 치마 입는 게 좋고, 화장하는 게 좋고, 이성한테 잘 보이고 싶은 여자일 뿐인데 자꾸 코르셋 타령하니까 어이없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글이 왕왕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 코르셋 운동의 취지가 여성들에게 무조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화장하고 다니지 말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에는 다양한 여성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탈 코르셋은 여성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머리를 자르고, 모두 바지를 입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여자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예뻐야 하는가’라는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즉, 머리카락이 짧을 수도 있고, 뚱뚱할 수도 있고, 키가 작을 수도 있고, 피부색이 까무잡잡할 수 있다는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게 바로 탈 코르셋 운동이라는 것이다.

윤김 교수는 “아주 오래전부터 영화·드라마 등 대중매체 콘텐츠는 여성의 얼굴은 갸름하고, 피부는 뽀얗고, 몸은 날씬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우리 머릿속에 주입해왔다”며 “이것이야말로 특정 여성상을 강요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AKR20180611051900004_02_i_org
여성에게만 암묵적으로 강요되어 온 미적 기준, 즉 사회가 만들어낸 ‘코르셋’을 벗어던지자는 운동이 여성 사이에서 연일 화제다. 사진에서는 화장품을 부수고 폐기함을 ‘인증’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