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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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6.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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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워런트’와 영국 왕실 상점

로열 워런트



영국 왕실에 납품되는 물건들은 제품의 품질은 물론이고 납품자의 성실성 등을 인정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납품업체나 개인을 선정하기 위한 로열워런트협회(The Royal Warrant Holders Association)에서 요구하는 모든 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 영국의 왕실에 물건을 납품하는 기업이나 개인을 보증해주는 제도를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라고 한다. 이 제도는 이미 15세기에 시작되었으나 체계화되기 시작한 것은 찰스 II세 때부터였다. 로열 워런트는 엘리자베스 여왕, 여왕 남편인 필립공, 왕세자 찰스 3명이 자신들에게 물건(서비스 포함)을 납품하는 업체나 개인들을 심사해 자필 서명이 된 증서를 수여한다. 왕족에게 납품하는 업자들의 노고와 수고를 치하하는 의미로 시작된 것이다. 2018년 5월 현재, 엘리자베스 여왕이 인정한 로열 워런트는 686개, 찰스 왕세자가 인정한 로열 워런트는 159개이고, 필립공이 인정한 로열 워런트는 38개로 총 883개에 달한다. 영국 여왕, 필립공과 찰스 왕세자 3명 모두의 워런트를 가진 업체는 재규어, 랜드로버 자동차를 비롯해 바버(아웃도어 용품), 하차드(서점), 제너럴 트레이딩(일상용품) 등 8개 업체이다.

로열 워런트로 인정받은 업체 가운데 외국 회사는 몇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스마트TV로 2012년 로열 워런트를 획득하였다. 로열 워런트의 문장을 수여받으려면 로열 워런트 협회로부터 일단 품질을 인정받아야 하고 왕실에 3년 간 무료로 제품을 제공해야 하며 5년 이상 꾸준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거래가 시작된 후 7년이 경과했을 때부터 심사대상에 오를 수가 있다 이후 꾸준하게 최상의 품질과 왕실에서 필요한 만큼의 납품량을 제때에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 왕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심사하게 된다.


 

로열 워런트 인정서old-warrant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밟아 최종적으로 앞서의 해당 세 왕족이 서명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로열 워런트는 왕족이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의 기호에 맞아 물품을 선택했고 써보니 좋아서 계속 쓴다는 뜻이다. 로열 워런트를 받았다는 사실은 해당 회사나 개인으로 봐서는 영광이고 특혜라 할만하다. 왕족이 믿고 사용하는 물건이니만큼 품질이나 디자인은 확실하게 보증이 되는 셈이다. 영국 왕실에서 사용하다보니 영국의 상류층도 사용할 것은 뻔하다. 영국 상류층이 이용하는 브랜드나 상점들은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은 아니다. 유행과 상관이 없어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영국의 전통 있는 업체들이 수공업 수준으로 만드는 제품이 주를 이룬다.

빅토리아 여왕은 64년간 재위하면서 1000개가 넘는 로열 워런트를 남발했는데, 그때 처음 주어진 워런트 중 지금도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포트넘 & 메이슨 백화점, 슈웨페 음료, 트위닝 홍차다. 로열 워런트는 물건을 제공하는 상인이나 수공업자에게만 수여된다. 로열 워런트 신청은 매년 5월초에 시작하여 6월말에 마감되는데, 매년 20~30개 업체가 탈락하고 그 숫자만큼이 새로 선정된다. 로열 워렌트의대표적인 브랜드로는 패션에 아쿠아 스큐텀, 버버리, 닥스, 도자기의 웨지우드, 로열 덜튼, 자동차의 벤틀리, 랜드로버, 애서턴 마틴, 복스홀 등이 있고, 벽시계의 찰스 프러드샵, 겨자의 콜만스, 오디오의 린 프로덕스, 피아노의 스타인웨이&선스 등을 들 수 있다. 로열 웨런트로 인정받게 되면 영국 왕실의 공식 문장을 자사의 상표, 포장, 건물, 차량 등에 부착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게 되며, 모든 포장지나 공문에 ‘By Appointment To’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말하자면 자신들이 만든 상품이 영국 왕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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