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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푸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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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3  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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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지구는 푸르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름답고 평화스럽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뉘앙스도 있는 듯하다. 겉에서 보는 지리산도 그렇다. 멀리서 장엄하고 푸르게 보이는 지존(至尊)의 산에서 우리는 평화와 안식을 꿈꾼다. 그러나 지리산의 속은 아직 그럴 형편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의 자연수탈과 한국전쟁에 이어 혼란기의 도벌과 과도한 이용에 의해 큰 상처를 받았던 지리산의 건강과 품격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국립공원 반세기’. 생태계를 복원하고, 무질서를 넘겨 겉으로는 위용과 푸르름을 회복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오래된 상흔(傷痕) 위에 새로운 생채기들이 여전하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 나누어쓰자는 경계선이 탐방로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탐방로를 벗어나 자연을 헤집고 다닌다.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을 산나물처럼 마구 캐 가거나, 야생동물 먹이인 열매를 함부로 가져가거나, 높은 곳에 있는 꽃이나 열매를 따기 위해 나무를 자르거나, 나무의 껍질을 벗기거나, 올무를 놓아 야생동물들을 절규하게 하는 등의 훼손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요즈음에는 공공의 환경과 시설을 파손하는 ‘반달리즘(vandalism)’ 행위가 극성이다. 얼마 전에 천왕봉 정상의 바위에 새겨진 ‘천주(天柱)’ 글씨에 누군가 노란 락카 칠을 했고, 탐방객 안전을 위해 설치한 다목적 위치 표지판이 다수 파손돼 이들을 원상 복구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간을 걷어차서 다음에 오는 사람이 부상을 당할 수 있거나, 안내판을 스틱으로 긁어서 내용이 지워지거나, 쓰레기를 바위 밑에 숨기거나 절벽 아래로 던지는 행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광활한 면적에서 이런 수많은 불법행위들을 그때그때 적발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더 많은 규칙을 만들고 더 많은 감시를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드론과 같은 감시 장비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적어도 자연에서만큼은 기계사용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남들로부터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자연과 공공시설을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다. 국립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남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스스럼없이 지적하고 받아들이는 성숙된 문화가 필요하다. 하나뿐인 지구인 것처럼 하나뿐인 지리산이다. 지구는 ‘푸르다’고 말한 것처럼, 지리산국립공원은 ‘푸르다,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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