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주 북평양
남진주 북평양
  • 경남일보
  • 승인 2018.06.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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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식
예부터 사람들은 ‘남진주 북평양’이라고 했다. 천년도시 진주는 평양과 함께 남북을 대표할 만큼 전통예술이 뛰어난 고장이라는 말이다.

진주는 고려의 개경이나 조선의 한양과 같은 수도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오히려 자립경제를 지켜내는 남녘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물산이 풍부하고 인재들이 많이 배출돼 정치적으로는 중앙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여기에 토속적인 풍속을 더해 진주 특유의 독자적인 문화가 발달했다. 음식, 규방문화, 시회 등이 생활에 활력을 더했다.

평양은 오래 전부터 중앙과 가까웠다. 현재 평양은 북한 수도 기능을 하지만, 삼국시대 이전부터,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북녘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로, 작은 수도역할을 담당해 왔다. 평양도 역사적인 고도였다.

진주와 평양은 문화의 속내는 달라도 일상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주는 남강을 끼고 촉석루에 올라 남으로 노략질하는 왜적을 막아냈다. 평양은 대동강을 끼고 부벽루(浮碧樓)에 올라 북으로는 쳐내려오는 야만을 방어했다.

피땀 어린 생존의 현장에 휴식을 위한 후렴이 필요한 법이다. 진주냉면과 평양냉면, 진주 기생과 평양 기생, 진주 검무와 평양 검무, 그리하여 진주 교방문화와 평양 교방문화로 연결된다.

평화와 번영의 길을 터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본격적인 남북 정치경제교류가 시작되기 전에 문화교류를 위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먼저 북한에 모자라는 식량지원과 산림자원의 개발은 시급하다. 공통되는 진주 특유의 음식문화, 교방문화의 변형인 놀이 문화, 시서화, 생활문화부터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차나무가 남도지방에 자라는 특산물이라 차문화는 북녘에는 생소한 길이다. 북에는 차가 나지 않으니 중요한 교류분야로 떠오를 것이다. 진주의 차인들은 ‘진주성 촉석루에서의 차축제’처럼 북한의 중심지인 ‘평양성 부벽루에서 벌어질 차축제’를 타지방의 차인들도 함께 기획할 수도 있다. 기호음료인 차 한 잔은 특별한 지식이 필요 없으니, 남과 북의 어색한 첫 만남에서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진주정신은 선비의 경의정신과 기생의 자존에까지 걸쳐있다. 만약, 누군가가 오늘을 잊고 옛정에 쏠려 ‘기생에 홀리고 술독에 빠지고 싶다’면 그는 북녘까지 다시 울릴 ‘남진주 북평양’에 담긴 남녘 진주의 혼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정헌식(한국차문화역사관 백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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