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김희애 "발연기 할까 떨었어요"
'허스토리' 김희애 "발연기 할까 떨었어요"
  • 연합뉴스
  • 승인 2018.06.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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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소재 실화영화…중견 여배우 대거 출연

“정말 많이 떨었어요. 이런 귀한 영화에 제가 ‘발연기’를 하면 어쩌나 하는 중압감이 엄청났죠.”

연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는 김희애(51)가 발연기 걱정이라니, 잘 어울리지 않았다.

12일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난 김희애는 영화 ‘허스토리’가 그만큼 그의 연기 인생에 큰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제 나름대로 경력을 쌓아왔는데 (연기를 잘 못 해) 웃음거리가 될까 봐, 또 할머니들께 누가 될까 봐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죠.”

오는 27일 개봉하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는 1990년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6년 재판 끝에 일부 승소를 받아낸 일명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희애는 할머니들 재판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부산 지역 여행사 사장 문정숙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끈다. 할머니들 아픔을 공감한 문정숙은 원고단 단장을 맡아 사재를 털어 재판을 지원하고, 일본 법정에서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일본어로 통역한다.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잖아요. 그 와중에 들어온 시나리오여서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무엇보다 할머니들과 문정숙의 당당한 삶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렇게 덜컥 출연에 응했지만, 김희애는 처음 도전한 부산사투리 연기와 비중이 상당한 일본어 대사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사투리 지도 교사를 매일 만나다시피 했고, 부산 출신 다양한 사람들과 통화하면서 억양을 익혔다. 일본어 역시 우리말로 쓰인 대사를 외우고 또 외웠다.

 “일본어 연습을 너무 해서 지금도 대사가 생각나요. 이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갔나 봐요. 처음에는 한글로 써진 일본어를 읽지도 못했어요. 음악처럼 리듬과 억양을 익혀야 외워지는데, 한 문장도 외우기가 쉽지 않았죠.”

자기 전에 항상 일본어 대사를 들으면서 잤다는 그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꿈에서 지인들이 일본어로 저에게 말을 거는데, 제가 답을 못했죠. 꿈인데도 그분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런 노력 덕분일까. 영화 속에서 김희애는 제법 차진 부산사투리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한다.


김희애는 여장부 스타일의 문정숙을 연기하기 위해 외모에도 변화를 줬다. 쇼트커트를 하고, 얼굴을 반쯤 가린 커다란 안경을 썼다. 노역 분장과 함께 살도 5㎏ 정도 찌웠다. 그간 주로 선보인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함께 출연한 김해숙이 김희애를 몰라봤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여배우 하면 예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편견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연기할 수 있어 배우로서 편안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 ‘우아해 보인다’는 말을 건네자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저더러 가끔 우아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그렇지 않아요. 저는 생활인이고 대학교 1학년, 고3짜리 두 아들을 둔 엄마예요. 아침 일찍 일어나 제 일을 하고, 장을 직접 봐서 음식도 하죠. 꾸밀 시간이 없어서 온종일 운동복을 입고 돌아다녀요. 평소 제 모습을 생각하면 그런 평가가 감사하기도 하지만, 죄송할 따름입니다.”

영화 ‘허스토리’에서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연기했다.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로 출연해 절절한 사연을 증언한다. 문정숙을 옆에서 지원하는 신사장 역을 맡은 김선영과는 ‘워맨스’(워먼과 로맨스를 합친 말)를 선보였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살아온 연륜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죠. 연기 차례가 왔을 때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다들 굉장히 긴장하면서도 완전히 몰입해서 연기하는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어요. 때로는 소녀처럼 수줍어하시는데, 그런 인간적인 순수함이 연기에도 순수하게 표출되는 것 같아요.”

김희애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저는 보통 사람들보다 여러모로 모자란 점이 많아요. 그래서 남들보다 세배, 네 배는 노력하죠. 앞으로도 작은 역할이라도 소품처럼 작품을 빛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



 

배우 김희애가 부산 지역 여행사 사장 문정숙으로 분한 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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