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갈대생각 하다가
갈등 하더니
흔들리기만 했었지
그에게도 이런 영롱한 시절이 있다니
-조영래(시인)
반백이 되어서야 갈대와 억새를 확실히 구별하게 되었다. 가요에서 불리는 ‘으악새’가 억새라는 사실을 안 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푸른 갈대라니! 갈대가 저리도 영롱한 시절이 있었단 말인가. 9월에서 11월 사이 들이나 산·호수·습지에서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난해, 순천만 갈대 군락지에서 은빛으로 채색되어 일렁이던 갈대를 매만지며 신경림의 시를 떠 올린 적 있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바람이 불자 서로의 몸을 부비며 흐느끼던 소리는 누구의 울음이었을까. 우리는 제 안에 울음이 고여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한없이 생각하고 또 갈등하며 저녁에 당도하는 것이다./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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