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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초록 물결 일렁이는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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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7  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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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젖히고 우러러 향하면 푸른빛이 한창 신선하고 향기로운 때, 결 고운 바람에 수많은 잎새들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파도처럼 일렁인다. 나뭇잎 새의 그 영혼 안에 실핏줄 하나도 얼비쳐나는 진실만이 생명력을 뿜으며 초록 물결은 그 누굴 환영이라도 하듯 반기는 건 아닐까? 그래서 여름은 창조와 살아 있는 계절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새롭고 싱그러운 의욕의 계절이면서도 예술의 계절일 수밖에 없다.

하나하나의 잎새에서 생명의 열띤 호흡을 뜨겁게 받아내는 초록 물결은 바로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요 꿈의 빛깔이며, 누구엔가 다가가고자 하는 어울림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 자락 그늘도 없이 맨몸으로 받아내는 뙤약볕의 뜨거운 열기, 표현하기조차 힘든 짙은 초록, 아픔이나 괴로움도 이겨 내고야 마는 삶의 거대한 용트림은 여름의 위대함일 수밖에 없다. 보아라, 불타는 자갈밭에 목을 꺾고 늘어진 이름 없는 풀포기가 부르짖는 소리 역시 여름 속으로 깊이깊이 배여 들지 않는가.

여름은 젊음의 계절, 사랑의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자연을 생각하는 자라면 누구에게나 푸른 내일 푸른 한 순간을 변함없이 지속시킬 수 있는 꿈도 있으리라. 그래서 푸르름을 굳이 젊음이들 것이라고 어찌 그들에게만 내 줄 수 있단 말인가. 나이 먹어 주름진 얼굴로 살아가는 이에게도 무언지 모르게 살을 타게 하는 그리움도 있고, 가슴이 옥죄어 숨이 멎을 것 같은 그리움도 있다. 한 가닥 구름으로나 하늘에 머물며 바라보고픈 간절한 사랑 또한 있으리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녹음을 보노라면 마음도 푸르게 열리고 무겁던 어깨도 날개가 돋는 듯 가벼울 것이며, 어지러운 혼돈의 영혼도 가지런히 빗질 해 줌을 누가 아니라고 고개 저을 수 있으랴. 여름은 실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경지를 푸름 하나로서도 몽클한 감정을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 여름 초록의 세계는 젊은이의 것만이 아닌,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아니 사랑하려고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여름날 초록 물결을 바라보는 이라면 어찌 가슴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 가슴으로 사랑하다 보면 끝없이 달음박질친다 해도 끝 간 데를 모르는 신비로움도 나타나리라. 그래서 신록의 계절에 푸른빛의 신비로움을 거느린 채 그 안에서 오래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라자. 초록으로 물든 자연을 바라보고 정갈한 자아를 투시할 수 있다면 실로 성숙한 인간의 경지가 아니라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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