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사람의 참된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단 한사람의 참된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 경남일보
  • 승인 2018.06.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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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조선 정조가 사랑한 신하 중 한 명인 이덕무는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어 일 년 동안 누에고치를 기르고,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염색실을 만들어 따뜻한 봄날에 말린 다음 아내에게 부탁해 금침(金針)으로 친구 얼굴을 수 놓아(중략)서로 말없이 하루 종일 쳐다보다가 해가 지면 가슴에 품고 집으로 올 것”이라고 했다. 친구를 향한 이덕무의 깨끗하고 솔직담백한 표현이다.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벗을 얻지 못한 사람은 자연을 벗으로 삼았다. 허난설헌은 난(蘭)과 눈(雪), 다산 정약용은 차(茶)를, 매월당 김시습은 매화와 달을 친구로 삼았다. 이들의 만남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죽어서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만남과 맺어짐이 되었다. 친구의 정을 흔히 ‘우정’이라고 하는데 우정의 ‘우(友)’는 이익에 따라 잘 변한다. 그래서 성현들은 참된 친구를 붕(朋)으로 표현한다. 붕은 달이 두 개로 지향점이 같은 동지나 도반으로 표현한다.

명심보감에도 “술이나 밥 먹을 때는 형이나 동생이 천 명이 넘더니만 어려울 때는 하나도 없다”라고 표현한다. 친구는 어려울 때 드러나고, 천리마는 천리를 가봐야 알듯이 시간이 지나봐야 그 친구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말이 앞선 사람은 내실이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진나라 환이는 옥피리의 대가였다. 하루는 왕희지가 냇가에 배를 대고 있는데 마침 환이가 수레를 타고 지나갔다. 왕희지는 환이에게 연주를 한 곡 간청하는데 환이는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무려 세곡을 연주해 준다. 왕희지는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환이에게 곡을 부탁하며 배에서 내리지도 않고 연주를 들었고 환이도 연주 후 아무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환이는 평소 왕희지의 인품과 예술을 흠모했고 왕희지 역시 환이의 예술적 자질을 마음으로 흠모했다. 도연명은 음주(飮酒)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이 가운데 참 된 뜻이 있으나 말하려니 어느 새 말을 잊었네”라고. 염화시중(拈花示衆)이라는 말처럼 마음이 통하는 사람사이에는 언어가 별 의미가 없다. 말이 많아지고 다짐이 많아지는 것은 그 만큼 미덥지 못하고 소통이 안된다는 뜻이리라. 한 송이 연꽃이 사랑받는 이유는 군자같은 모습도 있겠지만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경건히 서 있는 불자의 모습처럼 언제나 자기를 낮추는 모습 때문이리라! 지기를 만나면 서부의 총잡이처럼 먼저 지갑을 열자!
 
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 진주교원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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