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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국가부채로 나라 망하는 시대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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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9  00: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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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 1일 소련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1917년 볼셰비키혁명 이후 미국과 양대 축을 형성하며 세계를 호령하던 나라, 제정(帝政)러시아 시절엔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무너뜨리지 못했던 나라, 그런 강력한 나라가 무너졌다. 그것도 전쟁이 아닌 국가부채로 허무하게 끝났다. 재정이 취약한 상황에서 미국과 무리하게 군비 경쟁을 벌인 것이 주원인이었다.

한 나라의 빚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먼저 외국자본이 떠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그 여파로 물가가 폭등한다. 금융기관이 마비되고 기업들이 도산한다.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그랬다. 먼저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1991년 5000루불이면 자동차를 살 수 있었지만 1993년에는 초콜릿밖에 살 수 없었다는 말도 있다. 생필품은 바닥났고 일자리도 사라졌다. 1994년 화폐개혁으로 루불화 가치를 1000분의 1로 떨어뜨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민재산만 허공으로 날아갔다. 결국 1998년 디폴트를 선언했다. 국민의 삶은 비참했다. 인구의 40%가 거지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했고 거리에는 강도가 들끓었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 술집에 러시아 여성들이 많이 들어 왔던 일도 있었다.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여기까지 왔을까. 이때 러시아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였다.

독일이 1차 대전 패배 후 전쟁 배상금 갚으려다가 수렁에 빠진 것도 유명한 사례다. 당시 인플레가 워낙 심해 1000원짜리 빵 하나가 1년 반 만에 10조원이 되었다고 한다. 봉급, 예금 모두 휴지조각이 되었고 대다수 국민은 무일푼이 되었다. 결국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비극의 길로 갔다.

21세기 들어서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여러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파산한 아르헨티나는 식량난이 심각해 빈곤층이 개구리와 쥐까지 잡아먹었다고 한다. 최근 파산한 베네수엘라는 굶주림에 지금도 강도와 약탈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리스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힘없는 서민들만 남아서 고통을 겪고 있다. 원래 위기가 오면 서민들의 고통이 더 크다. 부유층은 달러나 금 보유를 통해 위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한때 잘살던 나라들이다. 세계를 호령했던 러시아, 산업혁명에 성공한 독일, 세계 5대 부자 국가 아르헨티나,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관광 강국 그리스. 모두 정치 지도자 잘못 만난 탓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선진국들은 국가부채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사전 대비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2년 우리가 반값 등록금 도입문제로 시끄러울 때 영국은 등록금을 3배 인상했다. 우리는 선거를 의식해 기초연금 지급액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원조 복지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는 이미 폐지했다. 스위스는 공짜로 기본 소득을 보장해 주겠다는 법안을 국민이 반대했다. 일본은 소비세를 2배 인상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해외 분쟁 개입을 최소화하고, 일본 재무장을 허용하는 등 국방비 절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가 모두 국가부채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정책기조와 내용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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