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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동시간 단축은 ‘워라밸’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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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9  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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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토요일은 쉬는 날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여행갈 수 있는 기간도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고작 1박 2일에 불과했다. 토요일이 쉬는 날이 된 것은 2004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소정 근로시간이 주 44→4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부터이다. 주 40시간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로 정착되면서 토요일은 일반적으로 쉬는 날이 되었다. 이후 이른바 “불금”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금요일 저녁부터 2박 3일간의 여행도 가능해졌다. 물론 주 40시간 도입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주 40시간이 정착된 지금은 오히려 ‘놀토’가 없는 주말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했다.

금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노동시간 한도를 주 68→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소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외에 추가로 연장근로가 가능한 시간이 주 28→1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영세 기업은 주어진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인력 채용이 불가피하나, 인건비 부담이나 구인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노동자도 연장근로 감소에 따른 소득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OECD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노사가 생산성을 제고하면서, 임금감소를 일부 보전해주는 등 서로 노력한다면 주 40시간이 도입된 때처럼 성공적으로 현장에 안착될 수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게 신규 채용 인건비를 1인당 최대 월 100만원, 기존 재직자의 임금감소분을 보전한 경우 1인당 최대 월 4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모 인크루팅 업체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은 연봉보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한다고 한다. 필자가 최근 방문한 사천지역 모 전자부품 제조업체의 경우 노동시간이 단축되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글로벌 전자업체가 가입된 전자산업진흥회(EICC) 규범에 따라 연장근로를 하는 업체에서 생산한 부품을 각 회원사에 납품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미 연장근로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연장근로를 통해 생산된 부품의 품질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워라밸(일·생활 균형)’은 직장인이나 기업 입장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버스 업종은 ‘워라밸’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차원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한도가 없는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가 제외된 것은 장시간 운전과 졸음운전으로 인해 대형 교통사고가 이어지면서 특례업종에서 제외해달라는 각 계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버스업계의 상황을 보면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당장 7월 1일부터는 주 68시간을 준수하는데 주력하고 주 52시간으로 단축은 기업 규모별로 1~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노사정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금년 말까지 버스 공공성 및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선언하였다.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서 문제없이 빠르게 안착될 수 있도록 노사정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연장근로가 축소되면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진다. ‘저녁이 있는 삶’이 먼 미래의 꿈이 아닌 현재의 일상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종호(고용노동부 진주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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