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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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6.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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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브랜드 지방시의 창립자 위베르 드 지방시

지방시 하우스
지방시와 헵번



패션디자이너이자 프랑스 패션 브랜드 지방시의 창립자인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는 1927년 빠리에서 80여㎞ 북쪽인 보베(Beauvais)에서 태어나 빠리 국립미술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Beaux-Arts)를 졸업하였다. 위베르 드 지방시는 이미 10살 때에 당시 유명 디자이너들의 ‘화려한 세계적 최고급 패션 의상’인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를 보고서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는 유명 패션 잡지 VOGUE에 나오는 의상들을 그리는 것이 취미였는데, 그때부터 스페인 출신 패션 디자이너 발렌시아가의 의상을 유독 좋아했다고 한다. 이후 지방시는 빠리에서 공부하던 중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무작정 발렌시아가를 찾아갔다. 발렌시아가는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고서, 지방시의 감각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학생이고 경력이 없어서 같이 일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지방시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다른 부띠끄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크리스띠앙 디올, 삐에르 발맹 등 유명 디자이너 아래서 일하며 경력을 쌓은 뒤, 1951년 자신의 꾸뛰르 하우스인 지방시를 오픈하였다. 자신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베티나 블라우스’라는 이름의 화이트 면 블라우스로 패션계의 샛별로 떠오른 그는 1953년 평생의 친구이자 멘토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 우정을 쌓았다. 지방시는 고전적인 크리스띠앙 디올과 대치되는, 젊음과 혁신성으로 대표되는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공격적이고 과시적인 디자인보다는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것이 패션계의 공통된 평가이다. 지방시는 1968년까지는 여성 의상 전문 브랜드였으나, 이후 남성복을 런칭하면서 거대 패션 하우스가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날의 지방시의 명성을 낳게 된 배경에는 오드리 헵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헵번은 출연한 영화에서 지방시의 옷들을 입고 나와 크게 유행시켰고, 평상복으로도 지방시의 옷들을 즐겨 입었다.지방시는 1954년 영화 ‘사브리나’를 통해 그의 뮤즈로 불리는 오드리 헵번과 처음 만났다. 이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지방시의 팬츠는 ‘사브리나 팬츠’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고, 지방시의 의상이 영화 속 세 장면에 실려 제27회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사브리나’ 이후, 카프리 팬츠와 보트넥 티셔츠와 같은 스타일은 단번에 흥행했다. 이때부터 오드리 헵번은 자신이 출연한 많은 영화의 의상은 물론 평상복까지 거의 모든 의상을 지방시에게 의뢰하며 40년 이상 우정을 이어갔다. 영화 ‘사브리나’ 이후에 오드리 헵번은 영화 계약할 때마다 조건에 지방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며 둘의 각별한 사이를 보여주었고, 총 8편의 영화를 함께했다. 특히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은 ‘리틀 블랙 드레스’는 오드리 헵번의 상징이자 지방시의 명성을 더욱 높이게 만든 계기가 됐다.

지방시는 “여성들의 몸매는 상관없다. 내 옷이 그녀들을 멋지게 보이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라는 그의 표현대로, 허리를 옥죄는 당시 드레스의 유행에서 벗어나 몸을 조이지 않는 ‘베이비 돌 드레스’를 고안하고, 투피스 스타일을 패션계에 도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헵번을 비롯해 그레이스 켈리, 재클린 케네디, 윈저 공작부인 등 유명인들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지방시는 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다가 1988년 프랑스 기업 루이 뷔똥 에 모에 에네씨(LVMH) 그룹에 자신의 지방시 브랜드를 매각하고 1995년 은퇴한 후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등에게 뒤를 넘겨주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는 1983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 1996년에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패션 어워드 평생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평생을 패션에 바쳐 패션계 거장으로 불린 지방시는 2018년 3월 타계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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