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9> 한라산 철쭉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9> 한라산 철쭉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06.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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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애오름 철쭉과 백록담


우리는 보통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하는데, 이런 평화를 소극적 관점과 적극적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앞에 말한 평화는 소극적 관점의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전쟁만 없는 상황만으로 진정한 평화는 유지할 수 없다는 마음이 앞서, 최근 들어 적극적 관점의 평화를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정부와 주변 열강들 덕분에 급변하는 최근 우리의 주변 정세는 어쩜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고 정의가 존재하는 방향으로 급회전할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에 아름다운 제주올렛길 트레킹에 빠져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아 행복해하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도로 향하는 대열 속에 합류하여 한라산 철쭉 맞이에 나서며 제주를 얘기해본다. 심벌마크에서 볼 수 있듯이 제주는 현무암 검은색의 강인함에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제주인의 문화와 함께 평등가치의 제주정신, 그리고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자연 속 푸른 한라산과 청정한 바다는 미래지향적 가치와 함께 우뚝 솟은 제주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산타루치노호


금요일 퇴근 후 간단한 준비를 한 후 신안동 백두대간 앞에서 버스에 올라 한라산 철쭉 산행과 함께 가파도 트레킹에 나섰다. 함께하기로 한 친구가 다리부상으로 못 간다니 산이라면 싫다고 손사래를 치며, 손녀 사랑에 빠져있는 아내를 동행하자고 부탁하여 새로운 멤버들과 2박 2일의 제주 여행에 나섰다. 잘 뚫린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목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산타루치노호에 승선, 제주항으로의 항해를 시작하여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 속이라 조금은 불편해도 애써 꿈나라 여행을 즐겼다.

잠시 꿀잠을 자고 눈을 뜨니 새벽 4시다. 새벽 고요함 속에서 뒤척거리다 일어나 간단히 세수를 하고, 제주항에 도착하여 예보에 없는 보슬비 속을 걸어 전용차에 올라 전주해장국으로 이동하였다. 아름다운 철쭉꽃의 향연을 기대하며 시원한 맛의 콩나물해장국에 맛있는 오징어젓갈을 찍으며 아침식사를 하고, 명도암관광휴양목장 절물휴양림 성판악 등을 지나 돈내코 코스 산행 초입에 도착했다.

 
평궤대피소
방아오름샘


오전 8시 10분, 산행들머리인 서귀포시 충혼묘지 앞을 출발하려는데, 비와 함께 바람도 거세게 몰아쳤지만 산행을 통제한다는 예보가 없으니, 함께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추스려 열심히 걷기 시작한다. 제법 긴 시간 산행을 해야 하기에 천천히 걸으니 편안하여 좋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씩 도와주면서 우뚝 솟은 정상을 향하여 습지 중 하나인 썩은물통, 두부를 닮았다는 둔비바위를 지나, 바위 그늘집 같은 평평하고 큰 바위에 현무암을 이어 붙여 만든 이색대피소인 평궤대피소(1,450m)에 도착하여, 잠시 편안한 휴식을 취하니 드디어 주변이 좀 보이기 시작한다.

진달래나 철쭉꽃이 절정을 이룰 때 한라산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호젓하게 걷는 것은 포기해야 하지만, 돈내코 코스는 초입의 숲길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사람이 덜 붐벼 비교적 호젓하게 걸을 수 있고 방아오름샘도 있어 좋다. 돈내코 탐방안내소~평궤대피소~남벽 분기점 코스는 7㎞로 3시간30분 정도 걸리는데, 털진달래와 산철쭉 명소인 방애오름은 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언덕에 온통 분홍색 꽃이 만발해있으며 그 절경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게 아름답다.

 
남벽분기점전망대
윗세오름1

오후 12시10분, 남벽분기점(1600m)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김밥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어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으니 남벽이 코앞이고, 넓게 퍼진 철쭉들이 아직은 조금 이른 듯하지만 그래도 장관이다. 다시 남벽분기점을 출발하여 윗세오름대피소(1700m) 병풍바위를 지나며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 한라산의 털진달래와 산철쭉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을 정리해보니, 앞에서 말했던 방애오름 움텅밭 탑궤 만세동산 등을 손꼽을 수 있겠고, 이 중 윗세오름 주변 고원지대인 선작지왓과 남벽 기슭은 시기를 잘 맞추면 ‘꽃바다’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위세오름과 백록담


영실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40분. 총 15.2㎞에 7시간 20분가량의 힘든 산행으로 놀멍 놀멍 동행한 사람들은 반녹초가 되어도 너무 행복해했다. 버스에 올라 해수사우나로 직행하여 개운하게 씻고 호텔로 이동하여, 우리 입에 꼭 맞는 뷔페식으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아침을 맞았는데, 아뿔싸 이번 여행에 참가 의미를 둔 가파도 트레킹이 파랑주의보로 인하여 절물휴양림 11.1㎞의 장생의 숲길 걷기로 바뀌어 아쉬움이 많았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휴양림을 걷고, 농산물판매소에서 제주 특산물을 조금 구입하여, 정가네식당에서 고등어찜을 먹지 않으면 제주에 온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며, 한라산 철쭉 이야기를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고등어찜
제주오메기떡
콩나물해장국
방아오름약수에서 본 남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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