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공 속에 숨겨진 과학
[객원칼럼]공 속에 숨겨진 과학
  • 경남일보
  • 승인 2018.06.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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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월드컵 축구가 진행 중에 있다. 2002 월드컵의 영광을 가슴 속에 담고 스웨덴과의 경기를 지켜봤는데, 아쉽게도 패배하고 말았다. 승리의 쾌감을 맛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은 경기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축구공이라는 자그마한 공의 움직임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흥분, 아쉬움, 좌절을 가져다주는 것을 본다. FIFA(국제축구연맹)에서는 좀 더 흥미진진한 경기가 되도록 규정도 조금씩 변화시켜 가고, 축구공도 월드컵 공인구라는 제도를 통해 매 월드컵마다 새로운 디자인의 공인구를 선보이고 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텔스타’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공인구는 ‘텔레비젼 스타’라는 말의 줄임말로 월드컵 경기가 처음으로 위성 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생방송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러시아 월드컵에 사용되는 공인구는 ‘텔스타 18’로 텔스타의 2018년 버전을 의미한다고 한다. ‘텔스타 18’은 6 개의 다각형 조각으로 표면을 구성해 공의 모양이 좀 더 원형에 가깝도록 만들어졌는데, 완전한 구에 가까울수록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보다 정교한 슈팅이 가능하고, 표면에 돌기를 만들어 공의 회전력도 강해져 공격수에게는 ‘최상의 공’이지만 골키퍼에게는 ‘악마의 볼’로 불리운다고 한다.

축구공의 움직임은 공 주위를 흐르는 공기의 영향으로 결정되는데, 현대 과학을 적용하여 좀 더 역동적인 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에 와서는 대중스포츠로 자리잡은 골프에 사용하는 공은 조금 특이하게도 표면에 딤플이라 부르는 작은 홈이 매우 많다. 딤플이 있으면 공기의 저항을 줄이고 양력을 높여 비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생각으로는 표면이 매끈해야 공기 마찰로 인한 저항을 줄여 훨씬 멀리 날아갈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라니 신기한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처음부터 딤플이 있는 골프공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매끈한 모양의 골프공을 사용했다. 매끈한 골프공이 사용하는 동안 상처가 생기면서 표면이 거칠게 변했는데, 이런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야구공 표면의 실밥도 비슷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런데 탁구공은 표면이 매끈하게 되어 있다. 왜 이럴까? 이유는 표면을 거칠게 해서 공기 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데, 레이놀즈 수라는 물리량의 범위가 4만~40만 정도여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레이놀즈 수는 공기의 밀도와 점성, 공의 크기와 속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공 주위를 흐르는 공기의 밀도와 점성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결국 공의 크기와 속도가 특정한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크기와 속도가 작은 탁구공의 경우는 레이놀즈 수가 4만 이하라 거친 표면 보다는 매끈한 표면이 유리한 것이다.

과학과 공학이 발전되고 우리 실생활 깊숙이 적용되면서 우리의 삶은 보다 편리해지고, 활기차고 때로는 흥미진진해 질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나 공학이 실생활과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되면 공부에 더 흥미가 없어지는데, 과학적 관찰과 사고력을 일상에 접목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우리가 그동안 힘들게 공부해 온 것들이 우리 생활에 이렇게 적용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좀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시중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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