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인가
‘누구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인가
  • 박준언
  • 승인 2018.06.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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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언기자
박준언기자
다음 달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정부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과로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이른바 ‘저녁 있는 삶’을 즐기고, 기업은 생산성 회복을 위해 근로자를 추가 고용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홍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님! 삶의 질을 높이고 저녁 있는 삶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족들과 누릴 수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 외벌이로 아이들 키우며 집대출 갚으며 어렵게 사는데 갑자기 근로시간을 단축이라니요”라며 청원을 올린 한 가장은 “저는 우리가족을 위해서라면 주100시간도 일할 수 있습니다. 현실이 이런 서민의 삶을 생각지 않고 그런 법을 시행하면 모자란 부분의 돈은 뭐로 채워주실 건가요? 한 가정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대통령께서 무너뜨리시는 건가요”라며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일을 해야하는 이 상황이 나라에서 말하는 일자리 창출이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고 지적했다.

어떤 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저녁시간이 윤택해지는 건 소수 공무원이나 대기업직장인들 얘기이며, 나머지는 월 소득이 줄어들어 더욱 힘든 상황만 낳고 있습니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 근로실태 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연봉은 3387만원이었다. 상위10% 근로자 평균연봉은 6521만원이었지만, 중간순위 근로자 연봉은 2623만원에 불과했다. 연봉에는 기본급여 외에 야간·연장·휴일근로와 상여금·성과급이 모두 포함돼 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4인 가구 한 달 평균 생활비는 465만원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60%는 3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으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단축이 어떤 의미인지 정부는 아는지. “가족을 위해 100시간도 일할 수 있다”는 한 가장의 애끊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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