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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받을 용기김귀현기자
김귀현  |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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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4  20: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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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현기자
요즘 페미니즘의 ‘페’자만 나와도 생각을 거푸한다. 불편함과 마주하지 않으려고 피해다닌 시간이 길었다.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외친 사람들, 응원을 보내는 사람은 수도 없었다. 그런데 유독 ‘페미’만 들어가면 그 환호가 절반으로 쑥 주는 것이다. 더 이상 외치는 사람들의 입을 세련되게 막지도 않는다. 어제 고작 꼴페미라는 멸칭에 그쳤다면, 오늘은 명단을 굴비처럼 엮어 대놓고 때린다. 블랙리스트 못잖은 검열의 과정은 협박에 가깝다. “페미니즘과 관련해 한 마디라도 했다간 보이콧 대상이 될 거야.”

그런데 이 협박의 이유가 우습다. 82년생 김지영 일독, ‘Girls can do anything’이라고 인쇄된 스마트폰 케이스 사용 등이다. 책 한 권과 휴대전화 케이스가 과연 봉변 당할 요인이 되어 마땅한 걸까. 이것은 왜 페미니스트 ‘논란’이란 이름을 달고 퍼지나.

편들러 나온 주장도 있었다. 그들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적도 없는데 확대해석 말라는 것이다.

일본의 한 임상심리사가 언급했다던 ‘공감성 수치’(드라마의 주인공이 창피를 당했을 때, 자신도 마치 그 상황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수치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것 등을 말함)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수치는 그 주장을 읽는 사람들 몫이다. 어느 네티즌은 이 기괴한 상황을 한 마디로 일축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죄가 없다.”

앞으로 ‘82년생…’의 저자 조남주의 신작 ‘그녀 이름은’ 또는 그가 페미니즘 테마로 참여한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를 꺼내들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감상이라도 내놓았다간 몸 사릴 준비, 오해 받을 준비도 해야 할 모양이다.

근래 온라인에선 ‘스타벅스 부적’을 쓰란 말이 나돌았다. 사치 같지 않은 사치(스타벅스 음료 구매)를 위장해 오해(된장녀라는 비하)에서 자유롭고 싶단 의미다. 유쾌하고도 씁쓸하다.

꽤 오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던 도서 제목을 빌린다. 미움받을 용기. 같잖은 미움과 오해 좀 받으면 어떤가. 지금, 오해받을 용기를 불어넣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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