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6.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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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 진주교원단체총연합회장)
▲ 박상재

필자는 등산을 참 좋아한다. 젊은 시절 우리나라 명산을 거의 섭렵했으니 여한은 없다. 지금도 테이블 위에 30여 년이 다 된 색 바랜 사진들을 보며 사진처럼 바래져간 아픈 내 무릎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떠 올린다.

추억과 함께 남은 무릎관절염이 노년을 걱정스럽게 한다. 오랜 만에 인근 야산을 걸으니 산속에 누군가가 이런 글귀를 나무에 붙여 놓았다.

-노년을 지혜롭게 사는 법-

친구여! 나이 들면 나서지 말고 알고도 모르는 체 하소/어수룩해야 편안하요/이기려 들지 말고 적당히 져주구려/돈을 쌓으려 말고 덕을 쌓구려/옛 친구 만나면 술 한 잔 사주고 손주 오면 용돈 한 푼 쥐어 주구려/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남도록 지갑 자주 열구려/그래도 멍청하게 보이면 안 되고 아프면 안 되오/

편백의 호흡을 느끼며 걸음마다 글귀를 되새기니 미소가 입가에 맴돈다. 나에게 솔직해져 보자 도대체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나 자신이 정말로 행복한 것이 중요한가? 답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강의 중에 “꿈이 무엇이냐”고 청중들에게 질문하면 거의다 직업을 이야기 한다. 꿈과 직업은 엄연히 다른데…, 꿈을 좇는 자 행복하고 직업을 좇는 자 행복지수가 낮음을 우리는 다 알면서 그 길을 선택치 못함은 남의 시선 때문이 아닐는지…, 음식 속에 소금을 넣어야지 소금 속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먹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삶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넣으면 불행함을 알면서 우리는 오늘도 욕망 속에 삶을 넣고 사는 이가 너무나 많다. 청춘의 꿈은 뭉게구름이다. 우레를 품어 큰 비가 되어 내리고 대지를 적신다. 노년의 구름은 새털구름이다. 석양을 품어 곱게 서쪽하늘을 물들다 사심 없이 스러진다. 이미 우리는 유통기한이 다 지난 폐품이라고 자조하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폐품도 잘 골라보면 재활용품이나 골동품이 더러 있다고…, 사람은 늙어 가는 게 아니고 익어 간다고.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사령관은 “세월은 우리의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잃어버리면 우리의 인생이 주름진다”고 말하며 은퇴하면서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라는 멋진 말로 나를 감동시킨다. 항상 열정을 잃어버리지 말자. 잘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
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 진주교원단체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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