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소년의 눈에 비친 6·25의 삼천포
10살 소년의 눈에 비친 6·25의 삼천포
  • 정희성
  • 승인 2018.06.24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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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우 씨 ‘배고개의 슬픈 매화’ 발간
6·25 한국전쟁 발발 68주년을 맞아 경남 삼천포 지역의 여러 가지 혼돈의 상황을 다룬 책이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6·25 당시 10살 국민학생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수필·소설·희곡 형식을 혼합해 엮은 이 책은, 삼천포 지역의 6·25를 다룬 최초의 민간 보고서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대우 전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장(78)은 ‘10세 소년이 겪은 혼돈의 6ㆍ25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인 ‘배고개의 슬픈 매화’(도서출판 화인, 219쪽)를 발간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되살려 냈을 뿐만 아니라 당시 경찰특공대원, 야산대원이었다가 전향한 경찰특공대원을 비롯해 전직 공무원, 교장, 시장, 의회의장 등 사천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16명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이 책은 ‘지리산 빨치산 부대’, ‘장렬히 산화하다’, ‘인민군 특공대’, ‘청년들의 분노’, ‘시울을 당겨라’, ‘잔디가 죽어 있다’, ‘어머니의 금반지’, ‘담을 넘지 못했소’, ‘야산대장 김천식’, ‘경찰특공대’, ‘대한민국 만세’ 등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정 전 원장은 인민군들이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 보름 동안 묵은 이야기, 배고개부락 뒷산인 와룡산에 진을 치고 있는 야산대들의 노략질 이야기, 통영에서 해병대에 의해 인민군이 괴멸된 이야기, 삼천포경찰서를 총공격했으나 정보누설로 실패한 이야기, 야산대장과 한 여성 야산대 간의 사랑 이야기, 마을 처녀와 인민군 사이의 슬픈 로맨스 등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읽어냈다.

또 전쟁의 와중에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인민군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억울하게 야산대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 큰아버지, 결혼 선물로 갖고 있던 금반지를 인민군에게 건네줌으로써 자식들을 지켜낸 어머니 등 자신의 가족사도 감동적으로 드러냈다.

그의 집 앞마당에 있던 당시 200년 훨씬 넘은 매화나무가 밑둥과 큰줄기만 남긴 채 모조리 잘려나가던 장면도 그려진다. 정 전 원장의 아버지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고 그에게도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뚜렷한 장면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배고개의 슬픈 매화’인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는 “다시는 6·25와 같은 대재앙이 이 나라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남기고자 했다”며 책의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내가 자란 삼천포라는 작은 시골에서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들이기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그대로 묻힐까 걱정됐다”며 “우리 모두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되 과거를 잊지 않고 국론을 통일하고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정대우 전 원장은 1941년 사천군 삼천포읍에서 태어났으며 삼천포 용산국민학교, 삼천포 중·고등학교, 경상대를 졸업했다. 합천군 농촌지도소장,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장, 경남도농업기술원장 등을 역임했다.

정희성기자

 
정대우 저자와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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