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내홍’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8.06.2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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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
 김지원기자
‘내홍(內訌)’은 안 내(內)자와 어지러울 홍(訌)을 써, 내부에서 저희끼리 일으키는 분쟁을 뜻한다. 일상적인 단어로 사용되기보다는 신문기사에서만 흔히 ‘발굴’ 된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유한국당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뒤 홍준표 대표가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곧바로 원내대표와 중견 의원들, 또 신진의원들 간에 한국당을 바로 정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이는 서로 간의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복잡다단한 상황 등을 놓고 쓰이는 단어가 ‘내홍’이다.

그래서 이 즈음에 여러 신문기사에서 ‘내홍’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당 내에서 계파간 갈등, 이권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전하며 ‘내홍’ 한마디면 내용 전달은 간편하다. 덕분에 어느 신문기사에서나 기사 본문과 제목에서 ‘내홍’이 남용되고 있다. 내홍은 빠져들기 마련이고, 상처를 입기 쉽상이며, 격화되는게 예사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면 자중지란(自中之亂)이다. 글자수도 많고 , 의미도 세지니 한결 쓰는게 조심스럽다.

이처럼 어떤 조직이나, 단체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흔히 ‘발굴’ 되는 ‘내홍’은 실생활의 대화에서 사용하는 입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문학이나, 학술용으로도 등장이 여의치 않다.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이 ‘내홍’을 겪고 있다고 쓴다면 말 맛이 뚝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이러고보면 그야말로 신문용이다. ‘내홍’ 처럼 신문용으로 살아남은 옛 단어들이 더러 있다.

게시판에 자료 따위를 붙여 놓은 것을 ‘게첨’이라고 한다. 현수막 따위를 게시한다거나 첨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게첨은 사전에도 안나온다. 공문서와 보도자료를 통해서 신문기사에 옮겨와 쓰이는 단어가 ‘게첨’이다. 언론에 자주 쓰이면서 의미가 왜곡 되어 버린 경우도 많다. ‘골든타임’은 이제 속도의 의미만 남아 참혹했던 간절함은 사라졌다. 남발되는 ‘골든타임’을 보고 마음 아플 사람들이 있다는 기억 쯤은 안중에도 없다.

흔히 신문기사는 초등학생에게 읽기 좋도록 써야 한다고 한다. ‘내홍’을 써 놓고 보면 이 말은 참 무색해진다. 게첨은 더욱 난감하다. 골든타임은 가슴이 아프다. 언론 내부에서야 흔해빠진 ‘내홍’이다만, 드러내놓고 보니 난감한 게첨이다. 단어에도 유통기한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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