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무서워지는 충동적 보복 범죄
[경일포럼]무서워지는 충동적 보복 범죄
  • 경남일보
  • 승인 2018.06.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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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 개인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일으킨 범죄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에 층간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일으킨 살인사건, 자신의 진행을 방해했다고 보복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건,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고 폭행하고 삽으로 차량을 파괴한 사건, 여관 업주가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여관에 불을 질러 여러 명이 사망한 사건, 애정 문제로 갈등이 일자 옛 동거녀 가족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 재산 다툼 끝에 총기를 난사해 형 가족을 살해한 사건 등 사람들 사이에 갈등으로 인해 야기된 범죄가 점점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인들은 이러한 범죄를 가해자가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분노 범죄’라고 부른다. 일부 심리전문가들은 분노 범죄가 증가한 이유로 ‘분노 조절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다툴 때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고 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사건들을 ‘분노 범죄’로 부르는 것은 범죄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감형해 주듯이 분노조절 실패로 인한 범죄도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낸 뒤 뺑소니치다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도 정신 병력을 인정받을 경우 감형 받을 수 있는 것과 같다.

또 다른 문제는 분노조절 실패로 인한 범죄를 줄이는 방법이 사람들에게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강조하는 일 외에는 다른 대처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 조선시대 홍계관이라는 점쟁이가 어느 선비에게 참을 인(忍)을 써서 집안 곳곳에 붙여 놓으라는 처방처럼 사람들이 스스로 참아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것이 최상의 대처 방안인 것처럼 말이다.

반면 이러한 범죄를 ‘충동적 보복 범죄’로 명명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 보복 범죄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나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복수심에서 벌인 범죄이다. 충동적 보복 범죄는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을 응징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벌인 범죄이다.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내가 놀라고 화났으므로 그 사람에게 직접 벌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 보복운전이며, 전형적인 충동적 보복 범죄이다.

최근에 자신에게 피해를 준 특정인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불특정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 우리에게 큰 두려움을 준다. 미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을 난사하여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사건이 증가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방화를 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려는 범행이 등장하였다. 화가 난다는 이유로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복수심을 표출하니 더 무섭다.

군산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은 다툼을 한 상대방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충동적 보복 범죄의 결정판으로 우리 사회의 불안지수를 높이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술값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한 것에 대해 따지다 치밀어 오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다. 휘발유를 사서 불 지를 준비를 마치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유흥업소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을 지른 뒤에는 탈출구까지도 막은 끔직한 사건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충동적 보복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의 풍토에서 찾을 수 있다.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는 국가가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데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진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어 불만이 쌓여 간다. 그러다 분노가 폭발할 계기가 생기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복하고 싶다는 동기가 높아지는 것이다. 교육당국도 경쟁을 부추기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이 주는 부작용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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