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춘추
사라진 초가삼간을 생각한다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6.28  21:05:3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정헌식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사람들에게 “고향산천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정겨운 모습은 어떤 것인가?” 하고 물으면, 대부분 “겨울 저녁 무렵 눈 덮인 초가에서 밥 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모습”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초가삼간은 한국인에게 삶 본디 모습의 공간이다.

지난 날 우리겨레 민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초가삼간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가? 문제는 이 질문을 던지기 전에 이미 초가는 사라졌다는 데 있다. 우리는 초가삼간은 아예 없어져야할 대상으로 여겼다. 안채에 배여 있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아래채 사랑방에 맴도는 남성들의 정겨움을 되뇌어 보지 않았다.

이제는 농촌도 아파트가 풍경이 되어 자연과의 균형을 깨트리고 있다. 우리는 집을 주춧돌로 삼아 가족과 어울리고 사회와 이어진다. 초가삼간은 농민들의 희로애락, 삶의 애환을 담고 있는 삶터로 생활심리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산과 들은 마을을 품고, 낮은 언덕에 자리한 민가는 골목길로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여유가 있는 집은 길옆에 있지 않고 골목 끝자락 높은 곳에 자리했다. 축담도 높아서 주인은 사슴처럼 긴 목을 내어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이를 토대로, 한옥마을을 조성한 도시를 보면 대체로 잘 짜였으나 몇 군데 아쉬운 점이 있다.

한옥의 축대역할을 하는 돌 기단이 대략 한 층으로 얇게 된 곳이 있다. 무거운 기와지붕에 두꺼운 벽체가 더해져 내려누르는 힘을 기단이 받쳐주지 못해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맨땅인 민가의 마당은 놀이터, 잔치, 타작, 건조 터였다. 마당 가 뜰에는 감나무나 나팔꽃 등 유실수 혹은 풀꽃들이 반겼다.

정원은 가족의 정서를 키워주는 샘물이니 우리의 현실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파트에서는 화분이 정원을 대신하고, 일반주택에서는 작은 정원을 꾸며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심는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사랑채 남성공간이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 건축에 녹아 되살아나고, 시민들은 초가 삼간 뜰의 정취를 담은 정원을 가꿔 생기 있는 도시로 거듭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진주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한옥마을을 조성한다면 허와 실, 수평성과 수직성의 조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초가삼간은 인간이 타인, 사회, 자연을 이어주는 터이다. 우리 도시가 잃어버린 가치이기도 하다.
 

정헌식(한국차문화역사관 백로원 원장)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