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사랑한 이 화백 기억되길"
"진주 사랑한 이 화백 기억되길"
  • 김귀현
  • 승인 2018.06.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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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행길 이성자화백기념사업 준비위원장
“이성자 화백이 진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성자 화백은 지난달 3일 100세 생일을 맞았다. 2009년 극적이던 생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그의 작품세계가 새로운 막을 열었다.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행길 준비위원장은 ‘강물가 꽃이 많고 넓은 곳에 미술관을 지어달라’고 했던 이 화백의 뜻을 무겁게 지고 있었다.

정 위원장은 이 화백과의 인연을 지난 2004년부터라고 기억했다. 일면식도 없던 사이로 당시 진주여고 동창회장이었던 정 위원장이 제1회 자랑스러운 일신인상을 제정하면서 대상자를 찾았다.

정 위원장은 “박 선생님은 추천 서류로 공직서와 이력서가 들어왔는데 이 화백님은 이력서조차 없었다. 전화번호를 묻고 물어 ‘공직서를 우리가 작성할 테니 이력서만 작성해 팩스로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 인연이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건 프랑스 니스에서였다. 당시 87세던 이 화백은 “나를 버리지 않고, 고향이 나를 찾아줬다”고 반가워 했다. 그날부터 시작된 대화로 정 위원장은 두터운 신임을 얻었고 그는 이 화백의 임종을 지킨 후배가 됐다.

그는 “이 화백님은 촉석루 밑 본성동, 지금의 진주경찰서 건너편에 있던 집을 언제나 떠올렸다. 평소 내 고향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 하셨다”며 “그렇게 진주를 사랑한 화백님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런 분의 100주년이 평탄한 삶을 살아온 이의 100주년과는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나”고 전했다.

이 화백은 생전 성공하면 꼭 고향에 미술관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자녀들의 뜻과 맞서 이 화백은 오로지 뒤벼리·의암·촉석루를 떠올리며 고향 진주에 지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정 위원장은 “이 화백님은 ‘내 고향 진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담은 내 작품을 많은 예술가들이 연구·활용하고, 아이들이 세계를 향한 꿈을 키울 교육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자주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진주가 낳은 세계적 화가’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잘 알지 못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이 화백을 재조명하고 ‘이성자 바로 알기’를 시작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성자화백 탄신1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움직였다. 위원회의 장기 계획은 △이 화백을 연구하는 미술학도 양성 △문화가 자본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진주시립 이성자미술관의 미술관 등록도 과제다. 이성자미술관은 여전히 관장 자리가 공석인데다 관람객을 위해 전시회를 기획·개최하고 작품을 구입·수집·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학예사(큐레이터)가 없다. 그 조건을 채워 미술관으로 등록하고자 한다. 올해부터 이 화백을 재조명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지난 5월에는 초청강연회를 열었고, 오는 5일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8~10월에는 진주미협과 함께 미술 공모전을 연다. 오는 10월에는 학술대회와 유치부·초·중·고등부를 대상으로 사생대회를 연다. 지역에 있는 박물관과 연결해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진주 실크 등 특산물과 화백의 작품세게를 연계해 상품화도 추진한다.

자신을 ‘영원한 이방인’, ‘외톨이’로 불렀던 이 화백. 이 화백도, 정 위원장도 고향 진주가 그를 기억하길 바랐다.

끝으로 정 위원장은 “이성자 화백님은 고향을 사랑했지만, 고향 땅은 척박해 설 곳이 없었다”며 “그의 사랑을 알아주는 곳이 고향이라야 한다. 위원회가 아니라 온 시민이 애정을 가져주길 간곡히 바란다. 이성자 화백이 얼마나 진주를 사랑했는지, 들여다보는 날이 꼭 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정행길 이성자화백탄생1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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