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한국당 해산하고 재창당 수준 개혁 시급
[경일시론]한국당 해산하고 재창당 수준 개혁 시급
  • 경남일보
  • 승인 2018.07.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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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부산·경남에서 거의 궤멸수준으로 참패했다. 보수의 패배가 예상되긴 했어도 이렇게 무참히 참패할 줄 몰랐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탄핵-총선-대선-지방선거에서 참패로 반쯤 저승맛을 본 선거가 끝났지 20여일이 지났지만 리더십 공백과 맞물린 후유증의 자중지란으로 혼돈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참패 후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수습할 혁신비상대책위 구성도 못한 채 고질적인 노선·계파 갈등만 불거지면서 국정 현안은커녕 제 한 몸도 돌보기 힘든 지경이 됐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제1야당이 어쩌다 시계제로 상태의 몰골을 국민앞에 내보이게 됐는지 안타깝고 통탄스럽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의 당 쇄신방안을 둘러싼 퇴진 요구 등 당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책임지는 모습보다 당원·계파투쟁을 본 국민 눈에는 ‘올드보이’ 정당으로 비치면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 이미지부터 젊고 새롭게 확 바꿔야 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당내는 마땅한 인사가 없다. 당장 40~50대의 신진 인사를 찾아내야 한다. 하루 빨리 파격적인 세대교체로 오리무중인 당진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간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그 신선했던 피가 오래잖아 상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

한국당이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것은 선거 때 미래 리더가 될 만한 인물을 발굴하지 않고 계파 지시의 ‘순응형’ 인물공천과 민심분노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친박·비박’이 계파 공천에만 올인, 새 인물 발굴을 등한시해 왔다. 보스의 좌지우지로 새 진로와 비전을 제시할 인재를 기르지 못했다. 차기 총선 때 과연 몇 명이 살아나겠냐는 말도 나온다. 지방선거보다 더 중요한 2020년 총선서 대패하면 그야말로 보수의 씨가 마르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정치력과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미래는 뻔하다. 보수 재건에 밀알이 될 수 있도록 물갈이를 해야 한다. 7명이 불출마, 탈당을 선언했지만 친박 핵심을 비롯, 중진 거의가 차기 총선에 불출마, 정계은퇴 선언을 거부 때는 싹쓸이 퇴출시켜야 한다.

선거에서 역사적 참패를 하고도 한국당이 여전히 민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전락공천으로 인한 분열에다 홍준표 전 대표 막말 등 찍을 만한 후보가 없어 누가봐도 참패가 예상됐다. 지금 ‘친박-비박’ 싸움할 때가 아니다. 친박들은 입이 100개라도 할말 말고 폐족을 선언해야 한다. 현 판세로는 차기 총선, 대선의 승리는 언감생심이고, 향후 당의 존립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누가 나와도 쾌도난마식으로 일거에 재건은 불가능하고 당명만 교체하는 리모델링으론 어림도 없다. 당명 교체를 두고 “호박에 줄긋기이고, 도로 친박당일 뿐”이라며 비웃을 것이다. ‘나는 말고 네가 희생하라’는 네탓공방이다. 백약이무효인 한국당은 과감하게 깜짝 놀란 만한 개혁을 주도할 난파선의 선장을 찾는 것과 해산하고 재창당 수준의 개혁이 시급하다. 보수 정당의 정체성 재확립, 웰빙당의 체질 개선, 친박 패거리 등 인적적폐 청산과 개혁·혁신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 줘야 한다.

민주당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지역적 불리함에서 영남권서 이변은 그야말로 보수가 안방을 내어주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영원한 지역 정치를 앞세우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굳게 믿은 보수의 자존심이 깡그리 무너지는 선거결과였다. 한국당은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2년 후 총선을 벼르는 민심이 더 큰 매를 들 수 있다. 민심은 돌고 돌지만 끝내 변하지 않으면 텃밭에서 조차 버려야 한다는 분위기라 시간이 많지 않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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