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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칼럼]조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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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5  18: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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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사건 표기에는 내용이 함축되고 알기 쉬운 말로 작성되어야한다. 과연 임진왜란은 적절한 이름일까.

임진년에 왜가 벌인 난동이라고 하여 임진왜란이라 불리는데 그해에 종결되지 않았다. 임진년 1592년에 시작하여 무술년 1598년까지, 일본이 명나라를 치러가니 ‘조선은 길을 빌려 달라’는 음흉한 계략이 숨어있는 요구로써 한반도를 침범하여 세 나라의 역사를 뒤흔든 국제 전쟁이 되었다.

본격적인 싸움 기간은 2년 반 남짓이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나눠 부를 때도 있는데, 발발 1년 만에 명나라와 일본의 강화 협상이 열려 소강상태가 되었다. 협상이 결렬되어 일본군의 재침을 정유재란이라 한다.

난이란 정통성 없는 집단이 정통성 있는 왕조를 상대로 일으킨 싸움, 전쟁은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 단체 사이에 일어난 싸움을 말한다. 임진왜란을 정통성 없는 왜가 명나라로부터 인정받은 조선에 선전포고 없이 일으킨 난이라면, 이십일 만에 한양이 함락되고 선조가 의주까지 피난을 가며, 조선은 150만결의 토지가 50만결로 줄어들 정도로 황폐, 많은 기옥과 문화재는 잿더미로, 죽은 백성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왜군에게 잡혀간 9만 명의 포로 중에 7300여명이 송환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일본으로 국명이 바뀐 이유를 구당서에서 ‘일본인 사절이 왜국으로 불리기를 꺼려해 고쳤다’로 기록되었다.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황제 측천무후가 일본 사절에게 일본으로 개명을 지시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문무 10년(670)에 왜국은 국명을 일본으로 고쳤는데, 그들이 말하기를 “해 뜨는 곳이 가까운 까닭에 이와 같이 이름 했다”고 하였다. 이후로 지금까지 일본이라는 국명을 사용하고 있고, 조선왕조실록 태조 실록 1권에도 일본으로 표기되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에 수차례 일본은 국왕사, 조선은 통신사를 파견하였다. 일본은 외교교섭이 결렬되자 침략군을 편성하고, 선발대를 임진년 음력 4월 13일 부산포에 상륙시킨다. 부산 첨사는 절영도로 사냥 갔다가 미처 진에 들어오기도 전에 적이 이미 성에 올랐고, 이튿날 동래성은 함락되었다. 일본군은 준마의 속도로 진격한다. 명나라가 참전하여 평양성에서 주춤하고, 예기치 못한 의병의 봉기로 전략에 큰 차질이 오고 명나라와 화친을 추진한다.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나라마다 이름을 지니고 있다. 일본에서는 문록의 역(文祿の役), 정유재란을 경장의 역(慶長の役)이라 부르며, 중국에서는 만력조선역(萬曆朝鮮役), 항왜원조전쟁으로 불린다. 연호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役을 풀이하면 전쟁, 항왜원조란 조선을 도와 일본에 대항한다는 뜻이다.

임진왜란을 임진년에 왜라고 불리는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선전포고 없이 일으킨 싸움이라면, 하잘 것 없는 집단에게 한반도는 쑥대밭이 되고, 왕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사실에 대해 민족적 자존은 어떻게 되며, 선전포고 여부로 전쟁 또는 난으로 구분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운동경기는 같은 조건, 정해진 시간에 기량을 다투는 것으로 심판이 있고, 시작과 종료를 알려주며, 규칙을 어기면 퇴장 및 재경기의 기회도 주어진다. 그러나 전쟁은 생과 사를 내걸고 치르는 것으로 예선전이 없다. 예방이 최선이고 지키거나 이겨야 생존할 수 있다.

임진왜란을 왜가 임진년에 명나라로부터 인정받은 조선을 상대로 선전포고 없이 일으킨 싸움이라고 폄하한다고 과연 위안이 될 것인가. 임진왜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이고 여러 의미가 함축된 ‘조일전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어떠할까.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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