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관계 정립이 필요할 때
손자와 관계 정립이 필요할 때
  • 경남일보
  • 승인 2018.07.0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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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섭
어느덧 큰딸이 결혼하고 1년이 지난 뒤 출산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걱정도 됐지만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이가 탄생하는 날 퇴근과 동시에 외손자를 보기위해 천리 길 용인으로 향했다. 피곤함도 잊고 마음은 벌써 경기도 용인에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첫 대면하는 과정에서 간호사가 하는 말, 할아버지 축하드려요. 그 순간 할아버지 소리가 왠지 어색하고 듣기가 싫었다. 외손자가 생겼으니 당연히 듣는 할아버지 소리인데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고 내가 할아버지가 될 나이에 대해 거부반응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제는 현실에 적응이 되었고 오히려 외손자와의 관계 정립이 필요할 때가 됐다. 언젠가 매체를 통해 어느 할아버지의 육아에 대해 본적이 있다. 결론부터 기술하면 모든 일상이 손자와 함께 24시간 생활하는 육아였다. 그 힘든 육아과정을 손수 겪으면서 손자한테 미운 정 고운정이 들어 보람을 찾는 일상을 그리는 내용이었다. 손자와 함께 소파에서 잠든 모습에서 평화로움과 자비로움까지 느끼게 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정말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살까? 반문하고 싶었다. 유아원에 다닐 때 까지는 육아를 책임졌는데 유치원부터는 자녀들이 키우겠다고 하면서 생이별을 하고 할아버지의 인생은 변화가 생기게 됐다. 그 이후론 보고 싶어도 아들, 며느리 눈치 보면서 방문해야했고 유치원에도 마음대로 못가는 힘든 생활을 하면서 외롭고 서글퍼서 눈물을 흘리는 내용이었다.

요즘 아내와 나는 손자와 영상통화로 하루일과를 마무리하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전적으로 육아를 책임지는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가끔 아내가 손자 데려다 키울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하고는 싶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대답을 할 수 없다. 그 할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손자와 관계 정립이 필요할 때 란걸 느끼게 한다.

얼마 전 사위와 손자가 왔다. 외손자는 우리한테 맡기고 둘이서 여행을 다녀오는 스케줄이었다. 그래도 외손자를 볼 수 있으니 좋았다. 외손자가 오기 전 선행되어야할 일이 생겼다. 낮은 위치에 있는 물품들을 모두 다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즐거웠다. 3일간의 시간이 참으로 짧게 느껴졌다. 외손자 돌봄을 마치고 이별의 시간이 왔다. 그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었다고 눈물이 찡하며 무척이나 서운했다. 그래도 현혹되지 말자 지금이 ‘외손자와 관계 정립이 필요할 때’라고 다짐한다.

오광섭(국방기술품질원 시설자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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