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농심
원초적 농심
  • 경남일보
  • 승인 2018.07.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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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진정한 농부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요 안와도 걱정인 그런 단순한 마음일까. 이유야 어떠하든 농부란 자연에 기대어 작물을 재배하며 살아야하는 직업이기에 이런 걱정 정도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근심일 뿐 옛부터 진정한 농부는 자연에 순응하지 자연재해를 크게 탓하지 않는다. 그저 풍년농사를 이루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정도다.

얼마 전 모임에서 귀촌한 고교 동창을 만났다. 몇 해 전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했다. 그러면서 벼농사와 양파 농사를 지었더니 남는 것이 별로 없고 인건비 조차 건지기 힘들다고 하였다. 덧붙여 동창의 농사란 학창시절 그저 부모님을 도와 어깨너머로 배운 정도라 소득은 없지만 은퇴 후 그냥 소일거리로 삼기엔 제격이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농촌에는 공동화에 의해 평생을 농사만 지으며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농법도 예전과 달리 기계화로 전환되어 노인 스스로 할 일이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워낙 소작이다 보니 밭농사엔 여전히 소소한 노동의 손길이 미쳐야만 한다. 이러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생 농사에 매달려 사는 촌로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내 뱉는 말이 있다. ‘나이 들었다고 놀면 뭐하냐?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으면 일을 해야지’ 라는 것이다. 이 말을 가만히 음미하면 원초적인 농심이 고스란히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곧장 멀쩡한 땅을 그냥 묵혀 놀릴 수 없다는 뜻과 닿기 때문이다.

뜬금없지만 등산가에게 산에 무엇하러 힘들게 오르냐고 물었을 때 그냥 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과 진배없다. 농부에겐 그저 땅이 있으니 소득은 차치하고 농사를 짓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젊은이들이 부모님을 위한답시고 농사를 만류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구나 한평생 농사를 지어 가족을 먹여 살렸으니 연로하신 농부에겐 땅 만큼 소중하고 고마운 것이 어디 있으랴.

진정한 효는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들었다. 비록 육신은 고달프지만 마음이 즐거우면 행복한 법이다. 평생을 농사 하나 붙들고 시골에 사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필자가 언급한 원초적인 농심을 한 번쯤 떠올려봄 직하다. 몇해 전 ‘곡성’이란 영화를 통해 유행했던 말 ‘뭣이 중헌 디’가 다시금 생각나게 될 것이다.

김영곤(시인·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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