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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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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1  17: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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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탁

시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 문단을 우리 시단을 떠나 하늘나라로 갔다. 누구나 한 번 왔으면 가야 하는 인생 그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언제 왔든지 어떻게 왔든지 올 때는 순서가 명확했지만 가는 데는 어떤 순서도 없다. 먼저 온 사람이 먼저 가는 법도 없다. 그러니 갑자기 떠나는 경우도 있고 예고된 상황에서 떠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떠나보내는 사람들은 슬프다. 가는 사람의 발걸음인들 오죽 무거웠을까. 벗을 두고 가족을 두고 고향을 두고 문학을 두고 시를 두고 떠나는 심정을 감히 어디에 비기랴.

창원의 여류 시인 한 명이 또 우리 곁을 떠났다. 두 해전 김하경 시인이 급환으로 쓰러져 이 세상을 등졌고 올해 2월 박서영 시인이 또 우리 곁을 떠나는 바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시인이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가슴이 먹먹해 헤어지지 못한 문우들이 창원의 외진 상가에 모여 슬픔을 안주로 낮술을 퍼 마시며 울분을 토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김혜연 시인마저 이승의 끈을 놓았다. 이틀 전 진주에서 활동하는 박노정 시인의 부고를 전해들은 지 이틀만이어서 애석한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겹친 조사에 망연자실했다.

백세 인생 시대에 향년 69세로 타계한 박노정 시인의 나이도 아깝지만 김하경 시인이 53세, 박서영 시인이 50세, 김혜연 시인이 61세로 일생을 마감하니 그 안타까움을 무슨 말로 표현하랴. 너무 일찍 떠난 시인들이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슬픔을 준다. 특히 여류 시인 세 분은 생전에 서로 잘 어울리면서도 좋은 시로 우리 문단을 빛낸 중량감 있는 시인으로 평가받았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하다.

이 세분 모두가 마음이 여린 사람들로서 생전에 곧잘 어울려 다녔으니 저 세상에서도 함께 하려고 약속이라도 했는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 곁을 떠났다. 그들의 빈자리에 놓인 그리움이 너무 크다. 그 움푹 파인 자리에 고인 슬픔은 몇 세월 고개를 넘고서야 비로소 바닥을 드러내며 희석될지 모르지만 퍼낼 수 없을 깊이로 고여 가슴이 아리다. 인생무상이란 말을 실감하며 슬픔에 빠진 시간들이 일상을 놓게 한다. 허탈과 허망이 썰물처럼 밀려와서 글 쓰는 손에 힘이 빠진다. 동시대를 함께 문학의 밭을 일구며 살아온 동지들이어서 먼저 보내고 떠난 사이로 생긴 길이 너무 아프다. 지병을 짊어지고 온 생을 접고 떠났으니 부디 저 세상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영면하시라. 다시는 먼저 보는 등이 없었으면 좋겠다. 보내고 떠난 사이로 생긴 길가엔 개망초도 울며 핀다.

김시탁(창원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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