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 [14]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 [14]
  • 경남일보
  • 승인 2018.07.12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몬드리안하우스
아머르스포르트에 위치한 Koppelpoort. 수로관을 연결하여 만들어진 수문은 1380~1450년 사이에 지어진 도시 벽의 일부분이다.

아머르스포르트(Amersfoort)는 네덜란드 유트렉(Utrecht)주에 있는 도시로 네덜란드 주요 철도노선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기원전 1000년 무렵부터 존재 했지만, 아머르스포르트 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11세기 이후였다.

도시로써의 모습을 갖춘 후에는 네덜란드의 주요 방어선 역할을 담당하는 도시가 되어 도시 전체에 성벽을 만들었다. 곳곳에 서있는 성벽과 수문은 몇 번의 복원작업을 거쳐 여전히 도시에 자리하고 있고,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중세시대 교회는 도시를 더욱 고풍스럽게 만든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머르스포트에서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 이라고 불리는 피에트 몬드리안(Piet Cornelis Mondriaan,1872-1944)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몬드리안하우스 입구 전경.


네덜란드 출신 화가로 렘브란트, 반 고흐를 대표적으로 손꼽지만 현대까지 그 범위를 뻗쳐 보면 피에트 몬드리안을 빼놓을 수 없다. 미술교과서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격자무늬 그림은 몬드리안 그 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따라 그릴 것 같은 단순한 그림을 보고 몬드리안의 유명세와 그의 실력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과 정신적 추구의 조화는 혁신과 같았으며 예술계를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몬드리안은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와 화가였던 삼촌의 영향으로 일찍이 그림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미술 공부를 마친 뒤 교사로 일을 하면서도 그림 그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교외로 나가 풍차, 들판, 강 같은 시골풍경 그리기를 즐겼다고 전해지는데 몬드리안의 초기 작품은 추상화와 거리가 멀다. 작품 활동 초기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점묘주의의 영향을 받아 풍경화나 초상화에 집중하며 물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청년시절 몬드리안. (1899)


몬드리안의 작품 스타일은 1911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던 큐비즘 전시회의 영향으로 급격히 변했다. 큐비즘은 1900년대 초 유행했던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예술운동으로 르네상스적 사실주의 전통과 반대 입장을 취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사진 기술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화가들이 제 아무리 풍경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하더라도 사진술을 따라 잡기 어려웠다. 이들에게 더 이상 물체를 똑같이 묘사하는 화법은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새로운 표현법과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필요성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1911년 몬드리안은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거주지를 옮기며 작품 스타일에 큰 변화를 겪었다.

파리는 이미 피카소(Picasso)와 브라크(Braque)를 중심으로 한 큐비즘의 영향이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상황이었다. 이러한 영향은 몬드리안의 작품 방향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는 구체적인 묘사보다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형태 및 본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상의 형태는 점차 알아보기 힘든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해 갔다. 그러나 몬드리안은 큐비즘과는 조금 다르게 작품 속에 보편적 가치와 미학을 조화시키길 원했다.

몬드리안이 파리에서 네덜란드로 돌아왔을 때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상황이었다. 네덜란드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 기간 동안 몬드리안은 그의 작품에 또 다른 변화를 준 화가 반 데어 레크 (Van der Leck)를 만났다. 레크는 원색만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 화가로 다소 어둡고 칙칙한 색을 사용하던 몬드리안에게 밝은 색의 매력을 일깨워 주었다.


점점 독자적인 작품성향을 만들어 나가던 몬드리안은 더 스타일(De stijl)이라는 잡지를 발간해 자신의 작품 이론을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전반 네덜란드의 예술운동으로 일컬어지는 신조형주의(neoplasticism)다. 신조형주의는 몬드리안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믿었던 새로운 ‘순수 조형 예술’이었다. 몬드리안은 이것을 표현하기 위한 예술적 어휘를 3 가지의 기본 색 (빨강·파랑·노랑),3가지의 기본 선(검정색·흰색·회색), 그리고 두 가지 기본 방향 (수평,수직)으로 제한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몬드리안은 1919년 후반부터 격자무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1920년에는 오늘날 그를 대표하는 작품 스타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품초기 격자 그림에서는 직사각형을 두르고 있는 선이 비교적 얇았고 회색을 자주 사용하다가 1920년대 후반에는 두꺼운 검정색 선의 사용과 적은 수의 칸을 분리하면서 많은 부분이 흰색으로 표현되어졌다.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 1930년 작).


몬드리안의 작품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938년 파리를 떠나 런던으로 간 몬드리안은 제 2차 세계 대전의 영향을 피해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대도시의 역동성과 뉴욕 재즈 음악에 흥미를 느꼈던 몬드리안은 작품에 자신의 느낌을 반영하여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 내며 예술의 무한한 발전과 변화를 실현시켰다.

아머르스포르트에 위치한 몬드리안하우스는 1872년 피에트 몬드리안이 태어난 곳이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 곳은 몬드리안의 탄생부터 주거지를 옮기며 변화 하는 그의 삶이 작품 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히 보여준다. 특히몬드리안하우스는 그의 초기 작품들을 대다수 보유 하고 있어서 화가로써의 첫 출발점을 관찰 할 수 있게 한다. 몬드리안하우스의 재정문제 등으로 오늘날 몬드리안을 대표하는 작품 대부분은 헤이그 시립미술 관이 보유 하고 있지만, 그 어떤 화가보다도 작품 스타일의 변화가 컸던 몬드리안이 초기에 그렸던 그림들을 감상함으로써 그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 할 수 있다.

 

 몬드리안 하우스 시청각실 에서는 몬드리안이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았던 음악들과 그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 할 수 있어서 몬드리안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 할 수 있다.


박물관은 각 전시실에 번호를 붙은 번호 순서대로 감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곳은 작은 시청각실이다. 이곳에서는 몬드리안의 작품이 13 개의 화면에 분할되어 보이는 비디오가 상영된다. 음악과 춤을 사랑했던 몬드리안 취향의 음악과 함께 그의 작품을 시대 순으로 나열하여 한 예술가의 인생을 여행 하게 된다. 작품 활동 초기에 집중했던 자연풍경에서부터 후반으로 갈수록 예술의 본질만을 남긴 몬드리안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눈과 귀로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박물관의 동선 대로 다니다보면 Do-It-Yourself 스튜디오에서 박물관 관람이 끝난다. 이 스튜디오는 몬드리안에게 영감을 받은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으로 몬드리안의 작품세계에 더욱 가까이 다가 설 수 있게 만든다.

몬드리안은 기존의 회화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 현대미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발전을 이끌었다. 수직과 수평선에 의해 철저히 나누어진 칸을 보고 몬드리안의 수학적인 계산법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으나, 실제로 몬드리안은 진정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의 그림은 대부분 즉석으로 제작 되었다고 전해진다. 작품을 시작할 때조차도 본인이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하니 그림만큼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단시간에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몬드리안의 스타일은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그 중 1965년 한 패션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몬드리안 컬렉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능한 한 적은 것으로 예술의 본질을 발견하고자 했던 몬드리안. 작품안에서 인간에게 가치로운 것을 찾으려고 했던 그의 혁신적인 시도는 오늘날까지도 실내장식, 디자인 등 우리의 생활 속에서 다방면에 응용되어지고 있다.

주소: Kortegracht 11, 3811 KG Amersfoort 네덜란드
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https://www.mondriaanhuis.nl/
입장료: 성인 12유로, 6~18세 8유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