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유산
부모님의 유산
  • 경남일보
  • 승인 2018.07.15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광섭(국방기술품질원 시설자산실장)
오광섭

필자는 충남 공주군 계룡면 ○○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시골이었지만 마을에서 다른 가정과 비교할 때 잘 사는 편에 속했다. 조부모를 비롯 삼촌, 고모님 등 우리 4남매와 대가족이 살았으니 평범한 가정은 아니었다. 논과 밭의 경작만으로도 대가족이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는데다 아버님께서는 공무원으로 근무를 하셨기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까지였다. 2학년이 되던 해 하교해 집에 돌아와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님이 안보이셨다. 늘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기던 분들이었는데 궁금해서 어머님께 물어보니 돈 벌기 위해 한양에 가셨다고 말씀을 하셨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당시 상황으로는 어머님의 말씀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왜 돈이 필요했는지 인지할 수 있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게 되었다. 농사를 짓기위해 논밭에 가야하는데도 가족 어느 누구도 일하러 가지 않았고 오히려 낯선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어머님께 거친 말과 함께 돈을 달라고 독촉을 하는 것이었다. 훗날 그것이 빚 독촉이란 걸 알게 됐고, 논밭도 모두 빼앗기고 빚 때문에 조부모 등이 도피했던 사실을 알게됐다.

그 후부터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하는 처지로 바뀌게 되면서 고구마와 개떡으로 끼니를 채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집과 아버님 직장에는 빚독촉을 하는 사람들이 들락거려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은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식들을 구김살 없이 키우려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일을 열심히 해서 결국 빚을 모두 갚았다. 그 과정에서 옛땅에 대한 한(限)이 남아 부동산을 다시 매입해 보유하게 됐다.

지난 6월, 아버님 생신 때 4남매가 다 모였다. 어머니께서는 자식들과 사위, 며느리 다 모이게 한 뒤 재산을 분배하셨다. 큰놈은 집과 ○○○, 둘째, 셋째, 막내는○○○…, 각자 의견 있으면 얘기를 하시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옛날 어렵게 생활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빚쟁이의 독촉, 고구마로 끼니 때우고, 한겨울에 아버님의 출퇴근 자전거에 있는 도시락은 얼음으로 변했던 모습, 밖에서 세수하고 문고리 잡으면 쩍하고 달라붙던 일들…, 그런 눈물과 땀이 있는 부모님 재산을 놓고 옳다 그르다 얘기를 할 자격이 없었다. 앞으로 얼마 사실지 모르는 부모님! 정말 잘 모셔야 하는데 반성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후회할 날이 곧 다가 올 것을 알면서….

오광섭(국방기술품질원 시설자산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