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다
[기고]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7.0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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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때문에 일찍 일어난 김에 마당가 텃밭에 나가봤더니 호박꽃에서 꿀벌들이 꿀을 따느라 웅웅거리고 새들은 여전히 이른 아침부터 먹이를 구하느라 분주하다. 그래도 이들은 그렇게 꿀을 따고 먹이를 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먹이를 찾자니 먹잇감이 없다. 장기간 불황이다 보니, 인력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직장이 없다.

삼십년도 더 된 그날 나는 ‘호헌철폐, 대통령을 내 손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나섰고 시민들이 던져주는 음료수와 김밥으로 허기를 채워가며 민주화 운동에 가세했다. 그때 나는 대학교 4학년이었고 취업 걱정보다는 젊은 혈기에 타는 목마름으로 소위 민주화를 갈구하였으며 마침내 우리는 6·29항복 선언을 받아내었다. 여전히 노태우 정권의 출범으로 완전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어 문민 정권이 탄생했을 때는 민주화에 좀 더 다가섰다는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

덕분에 ‘지방자치’니 ‘청문회’니 하는 제도를 받아들여 선진대열에 좀 더 다가섰다는 기쁨을 느꼈고 성장주도 경제정책에서 소득분배 정책이 이루어지자 나의 자부심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IMF가 터졌고 절망을 느끼던 필자는 ‘투사는 투사로 남아야 하고 정치가가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현실에 강한 불만과 수치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최대 부호인 빌케이츠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면 다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치욕적이었겠는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면서 민주정권을 폄하시켰으나 지금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위 세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까지도 경제적으로 맥을 못 추었고 지금은 더욱 심하다. 청년 실업자가 4명당 1명꼴인 것은 이미 언론에 알려진 바이거니와 실제로는 더 비참한 상황이며 작금의 중소 상인들은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는 정도이다.

미국은 5월 시즌을 앞두고 3월까지의 대졸 취업 현황이 67%에다 외국인까지 25%로 미국에서 취업의 길을 열었다고 하고 일본은 인력이 부족해서 문을 닫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을 정도로 호황이다. 그런데 우린 지금 어떤 상황인가? 인력은 넘쳐나는데 들어갈 회사가 없고, 그나마 알바(part-time)도 최저임금으로 소상인들은 인건비가 없어 휴업을 불사하거나 불복선언을 하면서 ‘차라리 나(소상인)를 잡아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뭘 어쩌자는 건가? 이러한 난국을 어떻게 풀어가자는 건가? 던지는 물음에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며 소위 정치가라고 하는 집단에서는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는지 각자의 당리당략에 빠져있다. 그들에게 단호히 말한다.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그들만의 정치를 위한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떠나라.’ ‘우리는 당신들의 이름을 위해 한 푼의 세금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당신들 때문에 울고 있다.’


이창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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