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화이부동(和而不同)
[객원칼럼]화이부동(和而不同)
  • 경남일보
  • 승인 2018.07.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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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공자는 논어 자로편에서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고 하였다. 군자는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여 화합을 이루기는 하지만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관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뇌동하지는 않으며, 소인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관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뇌동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여 화합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이어령 교수는 ‘엇비슷하다’라는 말에서 화이부동을 설명하고 있는데, ‘엇비슷’은 어긋났는데 비슷하다거나 닮았지만 닮지 않았다는 말로서 어긋남과 비슷함이라는 반대의 뜻이 ‘엇비슷’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는 것이 한국인 특유의 포용의식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신영복 교수도 和는 나와 다른 것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원리이고, 同은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원리라며 반목과 투쟁의 동의 원리에서 공존과 공영의 화의 논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중국에서 和는 공자 이전에 안자가 제기하였다. 제나라 임금이 안자에게 화와 동은 다른가라고 묻자 안자는 다르다고 설명하며 和란 마치 국을 끓이는 것과 같아서 부족한 것은 보충하고 지나친 것을 덜어 내는 것과 같다며 화의 조화적 의미를 말했다.

이러한 안자의 화 사상이 공자에게 이어져 중용에서도 “희노애락의 감정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중이라 하고, 드러나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한다. 중이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란 천하에 다 같이 통하는 도이다(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中也者天下之大本也, 和也者天下之達道也)”라는 구절이 있다. 감정이 발현되기 전에는 고요한 마음이더라도 이미 감정이 발현된 후에는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화를 와라고 발음하며 와(和)를 중시하고 있는데 와라는 한자를 풀이해보지리적 특성상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므로 전란 발생 시 딱히 피난갈 곳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반목하고 대립한다면 모두가 멸망하므로 이를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정당들 간에 대립과 반목은 숙명적인 관계이긴 하지만 한국 정당정치와 같이 상대방을 죽여야 자기 당이 산다는 극한 투쟁의 정치(win lose)는 유권자인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아니다.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서로 부족한 정책을 보완하며 협력과 투쟁을 병행하는 화합과 공생의 정치(win win)가 아쉽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전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 양국이 대규모 관세 부과의 포문을 열자마자 유럽연합, 러시아, 캐나다 등 주요국들이 보호무역주의 전쟁으로 뛰어들었다.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은 무역전쟁 속에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수부진과 고용침체 상황에서 수출 여건마저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고 있다.

외부 경제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기업 경영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일자리를 창출할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이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에도 정치상황과 지방자치제 선거 등으로 정쟁이 계속되면서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또한 북한 핵위협 속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모처럼 화해 분위기를 맞고 있는 국제정세도 평화로 이어지도록 불씨를 잘 살려나가야 된다. 산적한 민생 현안 처리를 위해서도 상생하는 화이부동의 지혜가 필요하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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