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재일동포의 조국사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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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7.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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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서울대학교 재외동포교육 자문위원장)
일본 나고야(名古屋)에는 재일한국인의 목탁이라 불리는 경남 진주시 출신의 사나이가 있었다. 정환기(鄭煥麒) 코하쿠(琥珀)그룹의 회장이다. 재일동포사회에서는 “아이치현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정환기 회장이 재일한국인사회와 일본사회에 공헌한 사안들은 필설로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다.

정환기 회장은 교육에 남달리 애정이 많았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래 15년간 아이치현은 사실상 민족교육의 불모지였다. 당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장소는 조총련계 학교 밖에 없었다. 자녀들에게 김일성 부자의 숭배를 주입하는 교육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에 1962년 3월 정 회장이 주도하여 창설한 경우회는 나고야 한국총영사관 신축과 아이치현 한국학원(나고야한국학교)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62년 9월 한국정부는 해방 이래 최초로 일본에 9명의 민족교사를 파견다. 나고야 한국학교는 민족교육의 산실이 되었으며 정규과정이 아니지만 지금도 한국정부에서 운영비 일부를 보조하고 있다.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 태생인 정환기 회장은 1960년에 부친과 동행하여 진주시 사봉면 소재 폐교직전의 초등학교에 책상·걸상과 전기를 넣어 주고 마을회관을 현대시설로 건립하여 기증하기도 했다. 또 1998년에는 생전에 애정을 가지고 준비해왔던 장학재단을 진주교육대학에 설립했다. 바로 가정정환기장학재단이다.

1993년에 본인이 동경한국종합교육원 원장으로 재직할 때 진주교대 김성준 총장과 박정수 교수가 “일본에 있는 교육대학과 자매결연을 아무리 노력해도 어렵다 모교를 위해서 도와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일본 전국의 교육대학에 진주교육대학과의 자매결연을 위한 공식적인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몇몇 대학의 관계 교수 및 업무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했더니 섭섭한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 부산 등에 소재하면 몰라도 시골이라서…” 라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던 차에 아이치교육대학의 스즈키 교수가 부산교유청 소속 교사의 연수유학생 초청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나고야에서 본인이 근무하는 동경한국종합교육원을 찾아왔다.

부산교육청에 연락하여 교사 연수유학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한 결과 스즈키교수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진주교육대학과 아이치교육대학과의 자매결연이 성사 되었다.

당시 김성준 진주교대 총장이 자매 결연차 나고야에 오기 전 동경과 나고야를 3번 방문하여 정환기회장을 찾아서 협의한 결과 진주교육대학에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결심을 하고, 아이치교육대학과의 자매결연을 위해 나고야를 방문한 총장 일행을 맞이한 환영 자리에서 정환기회장이 장학금 지급을 약속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만큼 큰 원동력도 없다’고 믿었던 정환기 회장은 ‘초등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시작 이라며 미래 초등교사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가정 정환기 장학재단에 거금을 내놓았다. 그간 많은 어려운 난간을 거쳐서 현재진주교육대학에 전국교육대학에서 제일 많은 액수인 250억원의 가정정환기장학재단이 탄생하게 된 사연이다. 가정정환기장학재단은 학생장학금, 교수학술 연구비, 교수해외파견지원비, 유학생 활동비, 일반행정직원 해외연수비 등 진주교육대학의 인재·학문 발전과 초등교원 양성을 통한 초등교육의 발전과 한·일 양국의 교육교류 발전에 지속적으로 공헌하고 있다.

진주시에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진주교육대학에 설치된 가정정환기장학재단을 방문하여 모국과 고향을 사랑하고 교육을 위한 정신을 살펴보기 바란다.
 
이광형 (서울대학교 재외동포교육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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