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은 진주를 혈맹이라고 한다
화순군은 진주를 혈맹이라고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7.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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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식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주제로 한다. 진주시는 ‘논개’를 시 캐릭터로 삼았고, 다리에 논개의 가락지를 형상화 해놓기도 했다. 봄 차축제와 논개제, 가을 개천예술제와 남강유등축제가 발전하고 확산했지만 임진왜란의 깊은 상흔은 여전히 남강을 맴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전남 화순군 사람들은 지금도 말한다. “425년 전 피로써 맺은 약속, 호남의병은 진주성을 지켰고, 진주성은 호남을 지켰다. 진주성은 영호남화합을 상징하는 성지이다”

칼과 도자기의 전쟁으로도 여겨지는 임진왜란 개전 후, 왜군은 이순신의 조선수군에게 바닷길이 막히자, 안정적인 병참지원이 되지 않았다. 왜군이 곡창지대인 호남에 진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함락해야 할 곳이 바로 진주성이었다. 호남을 병참기지로 만들어서 조선을 집어 삼키려 했으니 진주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그러나 왜군은 진주성에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진주성에는 3800명의 조선군과 2만여 명 정도의 양민이 왜군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주성을 지키는 관민 중에는 약 800명의 호남의병도 함께 있었다. 호남의병은 전남 화순의 최경회 장군을 중심으로 수많은 장수들이 일어나 결성됐다. 이들이 겪은 진주대첩은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가 되었다. 촉석루 옆 의기사에 모셔진 논개는 최경회 장군의 후실이었다. 논개도 장군처럼 왜적과 맞서 절의를 지켰다.

이러한 까닭으로 진주시와 화순군은 혈맹이 되었다. 선조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의로움을 잇고, ‘영호남화합’을 위해 양 시군 검도회가 2015년부터 교류전을 갖는다. 매년 한차례씩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진주시는 ‘영호남화합 진주시장기 및 진주회장기 검도대회’를 생활체육관이나 LH 체육관에서, 화순군은 ‘영호남화합호국검도대전’을 군체육관에서 치른다. 죽임의 칼날을 마음수행의 예리함으로 돌리는 수련대회다. 진주시장과 화순군수는 지역주의를 넘어서 두 지역의 화합의 장을 열고자 했다. 나아가 두 단체장들은 사회검도인들의 정신과 신체가 건강해지는 뜻깊은 대회가 되기를 바랐다.

단순해 보이는 남북문제도 얼마나 복잡한 세계외교가 얽혀 있는가. 진주대첩에 얽힌 난제풀이도 이제 다양한 시각을 요구한다. 임진왜란에는 동아시아 국제전으로서 ‘전쟁과 평화’, 문화전쟁으로서 ‘칼과 도자기’의 양면성이 새겨져 있다. 진주대첩이 남긴 과제는 시민들과 함께 풀어가야 할 우리들의 어두움이자 내일을 여는 빛이 될 것이다.

정헌식(한국차문화역사관 백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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