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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에서 2년, 누님 편지 보며 살았소”참전군인 석정운씨와 진주 김임순씨 51년만의 만남
강진성  |  news24@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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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9  22: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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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진주시청에서 석정운(왼쪽)씨와 김임순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석씨는 51년 전 베트남전 참전 중에 김씨와 펜팔을 시작해 2년 간 편지를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다가 석씨가 김씨를 찾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만나게 됐다.


“누님 드디어 만나 반갑습니다”, “인연이 되다보니 이렇게 만났소”

51년 전 편지로 만났던 두 사람이 뜨겁게 인사를 나눴다. 1967년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석정운(70. 전북 군산. 당시 18세)씨와 진주에서 회사를 다니던 김임순(72. 당시 20세)씨다.

19일 오전 두 사람은 진주시청에서 만났다.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서로 보자마자 포옹하며 인사를 건넸다. 앳된 군인은 참전 후유증을 겪는 노인이 됐고 왈가닥 아가씨는 백발 할머니가 됐다.

이번 만남은 5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2013년 7월 석씨는 경남일보에 사람을 찾아달라며 전화를 걸었다. 베트남에서 2년 군복무를 할 동안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편지를 받은 사연을 들려줬다. 펜팔 당시 김씨는 경남일보 사무직 직원으로 근무했다. 석씨는 몸이 쇠약하자 ‘죽기 전에 김씨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1966년 군산이 고향인 석씨는 집안형편이 어렵자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부모 몰래 소년병으로 자원 입대했다. 이듬해 만 18세가 되자 베트남으로 보내졌다. 맹호부대 26연대 혜산진 6중대 소속으로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우연찮게 ‘월간 여학생’에 펜팔을 신청했다. 회사원이던 김씨는 잡지를 보던 중 석씨 이름이 들어왔다. 그렇게 펜팔이 시작됐다. 석씨는 베트남 파병 2개월만에 고국으로부터 여러통 편지를 받았다. 얼마되지 않아 편지 왕래가 끊겼다. 유일하게 계속 연락을 주고 받은 건 김씨가 유일했다. 다른 전우들도 서너달이면 편지가 끊겼다. 석씨는 전장에서 김씨 편지가 유일한 위로였다. “매주 편지가 왔다. 작전으로 보름동안 전투를 나갔다 돌아오면 김씨 편지가 두세통 와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비가 많이오다보니 철모 안에 김씨 편지를 넣어다녔다. 밀림에서 비에 젖지 않으려고 철모로 가려서 편지를 읽었다. 일찍 입대하다보니 전우들보다 2~3살 어렸다. 어린나이에 죽을고비도 많이 넘겼다. 지금도 몸에 파편 자국이 남아 있다. 1968년 김신조 사건이 터지면서 월남에 1년 더 복무하게 됐다. 누님이 보낸 편지는 어렸던 내가 월남에서 버티게 해주는 힘이었다”고 회상했다.

석씨는 김씨 편지를 고국으로 가져와 소중히 간직했지만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모두 잃었다.

석씨 사연이 신문에 소개된 당일 진주에 거주하던 김씨는 기사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라며 경남일보로 연락을 해 왔다. 이후 두 사람은 진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건강문제로 불발됐다. 석씨는 뇌경색과 월남전 후유증 등으로 병원신세를 오래졌다.

간간히 안부 전화를 해오던 두 사람은 최근 “죽기 전에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51년 만에 만남이 이뤄졌다.

석씨는 김씨를 연신 ‘누님’으로 깍듯이 불렀다. 며칠 전부터 설레임에 잠을 뒤척였다. 그는 “월남에서 돌아와 제대한 뒤 경찰이 됐다. 적성에 안맞아 그만둔 뒤 건축업을 했다. 한국에 와서 누님을 한 번 봐야지 하면서도 일을 하다보니 기회를 놓쳤다. 늘 마음의 빚이었다. 하지만 평생 누님을 잊지 않았다. 진주시 본성동(경남일보 옛 사옥 주소) 주소도 아직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누님을 찾는 기사가 나간 뒤 진주시장(이창희 전 시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누님을 찾아 주겠다고 전화를 주셨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때는 월남에 있는 군인들을 위해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오빠도 월남에 다녀와 더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에 어렵게 연락이 됐지만 거리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만나지지 못했다. 이후 전화로 안부만 물었다. 우리 나이 때면 건강하다가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지 않나. 죽어서 후회하지 말고 만나자고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몇 해 전 큰 병치레를 했다.

김씨는 에세이집 ‘최인호의 인연’과 건강을 기원하는 매듭팔찌를 석씨에게 선물했다. 책 속지에는 김씨의 손글씨가 담겼다.

‘참 소중한 인연입니다. 늘 건강하고 후회없는 알찬 삶을 잘 마무리 하길 바랄게요.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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