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해하기 쉬운 저작권
[법률칼럼]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해하기 쉬운 저작권
  • 경남일보
  • 승인 2018.07.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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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준 변호사

일반적으로 ‘전과(前科)’라고 하면 소위 ‘빨간줄’이라는 표현과 함께, 강력범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사는 대중(大衆)들 누구나 저작권에 대한 모호한 인식 정도는 하면서도, 자신의 사소한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하여 자신도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소재의 명문 사립대학교에 재학중인 A군은 지난 학기 가장 열심히 공부하였던 과목의 고득점 노하우(know-how)를 공유하고자, 강의를 녹음한 음성파일과 기출문제 자료를 교내 게시판에 공유하였다. 하지만 후배들의 학업에 도움 되고자 하는 선한 취지가 무색하게, 얼마 후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서 경찰서에 출두 하라는 연락을 받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경상남도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용돈 수준의 광고료 수입을 얻고 있는 B양은 자신이 방문한 음식점의 음식 사진을 직접 찍어서 올리기도 하였으나, 가끔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사진보다 더 먹음직스럽게 찍어 올린 사진을 발견하면 그 사진을 대신 올린 적도 있었다. B양은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올렸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을 만큼 시간이 흘렀을 무렵,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블로그 등 모든 SNS계정을 폐쇄하였지만 수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저작권’ 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인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저작권의 내용을 이용하게 될 경우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위의 사례들에서 A군과 B양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한 것일까?

강의내용과 시험문제는 해당 과목 교수의 고유한 저작물이고, A군은 그 저작물들을 원저작자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복제·배포한 것인 바, 저작물을 복제하고 배포할 권한은 원저작자인 해당 과목 교수에게만 부여되어 있다는 점(저작권법 제16조 및 제20조)에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저작권법 제136조) 저작권 침해행위를 한 것이다.

사진의 경우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판단된다. 따라서 B양이 올린 사진이 단순히 촬영대상 자체를 충실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로 인한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A군의 경우에는 초범인 점과 저작물을 공유하게 된 동기 등을 참작하여 다행히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받았지만, B양의 경우에는 초범이고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법적 인식이 없었음에도 3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받고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A군과 B양의 행위가 소위 ‘빨간줄’에 해당할 만큼 악질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원저작자에 대한 민사상의 책임까지 추가로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에 무관심했던 그들의 행위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법조인조차 모든 형사법을 숙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법률의 부지(不知)는 용서받지 못한다’라는 법언(法諺)은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법률에 대한 많은 정보가 개방되고, 법조인과 접근이 비교적 용이해진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지 숙고(熟考) 후 책임 있게 행동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오동준 (법무법인 유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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