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인성교육이 잘못 되었다(?)
[교육칼럼] 인성교육이 잘못 되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7.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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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공원에서 너 댓 명의 청소년들이 저들보다 어려보이는 아이를 둘러싸고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고 발길질을 한다. 마침 산책을 하던 어느 대학교수 부부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 교수가 아이들을 혼내주겠다며 나섰지만 그의 아내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이러느냐’며 힐난한다. 그 교수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일은 사건의 축에도 들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수도권의 어느 학생들이 후배 학생을 거의 빈사상태로 만든 집단 폭행 사건만 봐도 그렇다.

학교폭력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잊을 만하면 국민들을 속상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럴 때마다 교육당국은 곤혹스럽다. 최선을 다하는데 칭찬과 격려는 없고 싸잡아 비난 받기 일쑤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정말 인성교육이 잘못 되었는가? 학교가 인성교육의 가장 큰 몫을 담당해야 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학교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물어 보는 것이다.

인성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인간성 또는 인격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인성을 인성적 덕목으로 구체화하면 정직·질서·예절·효행· 어른 공경·정의·성실·친절·타인 존중·박애·겸손과 자기애·환경 보전과 동식물 애호·일과 직업에 대한 바른 가치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성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며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이와 같은 인성의 바탕은 부모로부터 마련되기에 가정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인성의 함양은 유소년기에 가장 효과적이어서 학교는 인성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성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 방법에 대한 부단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돈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아는 것과 행함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직이 옳은 행동이라는 답을 모르는 이가 없지만 실제 행동은 거짓말쟁이라면 그는 정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아는 것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가르치고,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필평가에 의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을 포함한 사회는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아이들의 인성에 선한 영향을 끼치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 사회학’에서는 매스 미디어의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고, 사회가 아이들의 행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휴대폰으로 생활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전 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청소년의 발달단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행동 특성을 그 아이의 인성으로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 장난기 섞인 행동이나 버릇없는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그 아이의 인성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소크라테스도, 공자 같은 대 스승도 당시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서 큰일이야’라고 했다지 않은가.

일탈행동을 타이를 때에는 아이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폭력적 언어나 물리적 방법으로 제재를 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 십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도가 심한 폭력은 경찰과 전문 교육기관을 통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도를 받게 해야 한다. 청소년은 소중한 인격체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성숙한 인격체다.

임성택 (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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